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월 30일 김해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대만과의 관계 강화를 촉진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 사태 개입 가능성' 발언으로 가뜩이나 중·일관계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이번 친(親)대만 행보가 중국의 추가적으로 강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대만보장이행법’에 서명했다. 법안은 앞서 초당적 지지를 받으며 미 연방 상·하원 모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법안을 발의한 앤 와그너 공화당 하원의원(미주리주)은 “중국 공산당의 대만 지배 시도에 맞서 우리가 굳건히 서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는 공식적으로 단교했다. 이후에도 미국은 대만과 실질적 교류 관계는 유지해 왔으나, 양측 간 접촉을 비공개로 하는 등 ‘자율적 금지 원칙’을 지침으로 정해 운용해왔다.‘하나의 중국’ 원칙 아래 대만을 미수복 영토로 간주하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다.
대만보장이행법은 미국의 자율 금지 원칙을 궁극적으로 타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법안은 미 국무부가 5년마다 대만과 현 교류지침을 검토한 뒤 추가로 해제할 제한은 없는지 모색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이행계획까지 마련하도록 의무화했다. 미 국무부는 그간 미 연방정부 소속 공직자들과 대만 공직자들 사이 접촉 방식에 대한 규정을 관리해온 부서다.
대만은 적극적으로 환영 입장을 표시했다. 린자룽 대만 외교부장은 “미 행정부와 의회에 초당파적 지지에 감사한다”며 “미국과 대만관계 발전을 위한 중대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궈야후이 대만 총통부 대변인도 “대만보장이행법의 통과 및 발효는 미국과 대만 간 교류 가치를 인정하고 더욱 긴밀한 관계를 지지하는 것”이라며 “향후 대만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미국 및 지역 내 이념이 비슷한 국가들과 협력해나가겠다”고 역설했다.
반면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의 대만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장한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미국이 대만과 어떠한 형태든 공식적인 교류를 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이 같은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미국의 해당 법안은 중국의 내정을 거칠게 간섭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개 공동성명(수교 성명)에 규정된 정신을 심각하게 위반한다”고 덧붙였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라며 “중·미관계의 넘을 수 없는 레드라인(한계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으로 중·일관계가 급랭한 가운데 이 법안이 통과되며 대만 갈등 전선이 미·중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대만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했다”며 법안이 서명된 시기에 주목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