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개인정보 유출 후 곳곳서 집단소송 움직임…'징벌적 손배 현실화' 목소리도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입력 2025.12.02 14:51  수정 2025.12.02 15:08

인터넷서 '집단소송 카페' 연이어 등장…각 로펌도 소송 준비 나서

우리나라 집단소송 제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만 허용

법조계 "고의, 중과실의 경우 위자료 기준 높게 책정할 필요 있어"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사진 왼쪽), 브랫 매티스 쿠팡 CISO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쿠팡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3300만명이 넘는 쿠팡 회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 사고와 관련해 시민사회에서 집단소송 움직임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지금까지 40만명이 넘는 소비자가 집단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가운데 현재 손해액의 5배까지 손해배상을 가능하게 한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내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의 현실화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쿠팡 이용자 14명은 전날 쿠팡을 상대로 20만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원고 측은 "원고들의 각 개인 특정뿐만 아니라 생활 패턴, 구매 성향 등이 노출되는 심각한 사고로서 원고의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원고들은 본인의 이름·전화번호·주소·구체적 배송지 주소록까지 외부에 노출됨으로 인한 극도의 불안감, 유출 이후 스팸, 피싱, 사기성 문자·전화 증가 우려 등 정신적 고통과 침해를 당했다"고 소송 제기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쿠팡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인터넷 카페 수는 20여개에 이르고 카페에 가입한 누적 가입자 수는 40여만명에 이른다. 이중 가장 많은 피해자들이 가입한 '쿠팡 집단소송 카페' 회원수는 13만2183명에 이르고 '쿠팡 해킹 피해자 집단소송 카페'에는 10만9008명이 가입했다.


각 로펌(법무법인)에서도 쿠팡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법무법인 대륜은 이날 개인정보보호 및 정보통신(IT) 분야에 특화된 전문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본격적인 소송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륜 측은 "필요 시 디지털포렌식 센터 소속 전문가들을 TF에 투입해 피해자들의 디바이스 접근 기록 등 다양한 기술적 증거를 확보·분석할 계획"이라며 "쿠팡 미국 본사 차원의 책임 여부도 검토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적용될 수 있는 과징금·제재 수준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경호 법률사무소 호인 변호사도 오는 24일 쿠팡이 위자료 10만원을 지급하라는 단체소송을 오는 24일 제기하겠다고 밝혔고 법무법인 지향 등 다른 로펌에서도 단체소송을 준비 중이다.


현재 한국에서 모든 피해자에게 판결 효력이 있는 집단소송이 허용되는 분야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국한된다. 이에 따라 이번에 제기되는 소송에 참여하는 피해자들에게만 판결 효력이 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에 명시된 손해배상 제도를 '징벌적 손해배상' 격으로 현실화해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 책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제39조는 '개인정보 처리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법원이 실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개념으로 명시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징벌적 손해배상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 현관 비밀번호 등 중요 개인정보까지 유출된 상황에서 현행 규정은 처벌 수위가 다소 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19년 메타(당시 페이스북)가 이용자 개인정보를 한 여론조사 기관에 빼돌렸다가 연방거래위원회(FTC)으로부터 50억 달러(약 7조3465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미국 내 주요 이동통신사인 T모바일은 2021년 고객 766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가 집단소송을 당해 3억5000만 달러(약 5144억3700만원) 배상에 합의하기도 했다.


부장판사 출신 전상범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용어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고의·중과실의 경우에는 실제 손해액 5배 이내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으므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와 같은 제도가 적극 활용돼야 피해자들이 제대로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고의, 중과실의 경우에는 위자료 기준 역시 높게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태규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의 개인정보는 다 유출됐다고 봐야 하는게 맞다"며 "현관 비밀번호 등 민감한 정보까지 유출돼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높은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과도한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기업 활동을 도리어 옥죌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쿠팡 본사 전경.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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