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초' 무너뜨린 실력자들…제약·바이오, 여성 임원 '모시기' 경쟁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5.12.02 14:26  수정 2025.12.02 14:42

제약·바이오 업계, 잇따라 여성 리더 등장

기존 보수적 기조 벗어나 '능력' 위주 평가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함은경 JW중외제약 대표이사, 박소영 녹십자홀딩스 전략기획실장, 김희정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 신지은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사장 ⓒ각사 제공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여풍’이 불고 있다. 보수적인 조직 문화가 강했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여성 리더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는 철저한 실력 중심의 인사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최근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여성 임원을 잇따라 발탁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전날 함은경 총괄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JW중외제약은 기존 신영섭 대표이사 단독 대표 체제에서 신영섭, 함은경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함 신임 대표는 1986년 JW중외제약에 입사해 JW바이오사이언스, JW메디칼, JW생명과학 대표를 거친 39년 경력의 정통 ‘중외맨’으로 꼽힌다. 함 대표가 2017년 JW바이오사이언스 대표로 선임됐을 당시 JW그룹 최초의 여성 대표로 기록되기도 했다.


JW 중외제약은 이번 인사가 ‘경영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인사에 따라 기존 신영섭 대표는 영업·마케팅 분야에 주력하고, 함은경 대표는 R&D 및 관리·운영 분야를 중심으로 회사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이끌게 된다.


녹십자 역시 외부 수혈을 통해 여성 임원 라인업을 강화했다. 녹십자홀딩스는 지난 1일 신규 임원으로 박소영 전략기획실장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전략·기획 부문 전문가로 꼽히는 박 신임 실장은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아이큐비아(IQVIA)에서 요직을 거치며 화학·공학 기반 전문 역량과 비즈니스 전략 수립 경험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전략·기획이라는 기업 내 핵심 요직에 여성 임원을 배치한 것은 유연하고 창의적인 기업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경영진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박 실장이 “컨설팅, 정책금융, 헬스케어 데이터·분석 등 다양한 산업에서 축적한 경험을 기반으로 GC의 중장기 그룹 전략 수립, 신규 사업 발굴, 포트폴리오 고도화 등을 총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삼성 계열사들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김경아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며 그룹 최초의 여성 전문 경영인을 배출한 데 이어 올해 인사에서도 여성 임원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26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도 신지은 개발1본부 공정기술(MSAT) 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신 부사장은 생산 공정 최적화와 신규 파트너사 발굴을 주도하며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 받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30대 안소연 상무와 40대 김희정 부사장을 배출하며 창립 이래 최연소 여성 임원 기록을 갈아 치웠다.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 초기 배양팀에 합류한 안 상무는 입사 14년 만에 임원에 오르며 초고속 승진 사례를 기록했다. 김 부사장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신규 공장 램프업과 증가하는 생산 규모에도 안정적인 원료의약품(DS) 생산 체계를 이끌어 낸 실력을 인정 받아 40대 여성 부사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앞세우고 있는 공통점은 실력·성과 위주의 인사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성별이나 나이와 같은 요소에 관계 없이 오직 성과를 낸 인재를 승진 및 채용하겠다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제약·바이오 업계 내에서도 여성 임원 비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발간한 ‘2025 ESG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SK바이오팜은 여성 임원 비율 41.7%, 여성 관리자 비율 44.1%를 기록하며 국내 기업 평균인 17.2%, 16.3%를 크게 웃돌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여성 관리자 비율도 35%로 국내 여성 관리자 평균인 22%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여성 임원 비율은 14.6%, 평가 권한을 보유한 여성 관리자 비율은 36.5%로 집계됐다.


국내 제약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제약·바이오 업계는 영업직 비중이 높아 남성 중심의 위계질서가 강한 대표적인 보수 산업군이었지만, 최근 글로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춘 여성 임원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