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과징금 사상 첫 '조 단위'에…금융당국, 자본규제 완화할까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11.30 10:36  수정 2025.11.30 10:36

공정위, 'LTV담합' 결론도 임박

미확정 과징금 반영 유예하거나

운영리스크 반영기간 단축도 검토

시민들이 서울 시내에 설치된 4대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를 이용하고 있다.ⓒ연합뉴스

은행권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해 조 단위 과징금을 사전 통보받았다.


이에 금융당국이 자본비율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또 조만간 주택담보대출비율(LTV)·국고채 입찰 담합 의혹에서도 대규모 과징금 예상되면서 은행권의 '생산적 금융' 여력이 수십조원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과징금이 확정될 때까지 위험가중자산(RWA)에 반영하지 않도록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의 핵심 자본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은 보통주 자본(분자)을 RWA(분모)로 나눈 값이다.


RWA가 커질수록 비율이 떨어져 건전성이 악화한다.


은행권은 확정되지 않은 과징금을 즉시 RWA에 반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해왔다. 향후 소송을 통해 과징금이 줄거나 취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28일 홍콩H지수 ELS 판매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5개사에 약 2조원의 과징금·과태료를 사전 통지한 바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첫 조 단위 과징금이자 역대 최대 규모다.


현재는 금융회사가 과징금을 부과받으면 통상 해당 금액의 600%를 운영리스크로 추가 인식해 최대 10년간 RWA 부담이 지속된다.


금감원의 사전 통보대로 과징금 규모가 2조원으로 확정된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상 약 12조원의 RWA가 증가한다.


업계에서는 이 경우 금융지주 CET1비율이 1.0%포인트가량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해왔다.


이렇게 되면 기업대출이나 생산적 금융 여력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앞서 5대 지주는 국민성장펀드에 각 10조원씩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포함해 총 73조∼93조원 규모의 생산적금융 공급 방향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과징금에 따른 운영리스크 반영 기간을 애초 10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방식이 가능한지도 따져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관련 사고 재발 우려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반영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에 조만간 결론을 낼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규모 과징금이 추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금감원에서 홍콩H지수 ELS 판매 은행에 사전 통지한 2조원의 과징금·과태료는 금융위 논의 단계를 거치며 줄어들 수 있다고 전해졌다.


금융위는 과징금이 부당이득액의 10배를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분 이내에서 감액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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