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마켓’, 확장되는 ‘콘크리트 유니버스’의 분기점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11.30 15:38  수정 2025.11.30 15:39

한국영화 시장이 정체된 분위기 속에서도,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꾸준히 확장해온 ‘콘크리트 유니버스’는 어느새 프로젝트의 후반부 국면에 들어섰다.


2023년 384만 명을 동원한 첫 번째 작품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시작으로, 두 번째 프로젝트 ‘황야’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고, 이어 세 번째 작품 ‘콘크리트 마켓’이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세계관의 원작 축인 드라마 ‘유쾌한 왕따’ 시리즈가 남아있다.


‘콘크리트 마켓’은 대지진 이후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에 ‘황궁마켓’이 생기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물건을 사고팔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홍경, 이재인, 정만식, 유수빈 등이 출연한다.


‘콘크리트 마켓’에서는 같은 세계관의 재난 설정이 더 좁은 공간으로 들어오면서 인물들의 차이가 뚜렷해진다. 영화는 재난 한가운데 세워진 시장이라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황궁마켓은 실제 시장처럼 층마다 서로 다른 업종이 운영되는 구조로, 부탄가스·등유 같은 연료류부터 샴푸·락스 등 일상용품까지 다양한 물품이 거래된다.


폐허가 된 환경 속에서 유일하게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공간이지만, 거래할 물건이 없으면 출입조차 허용되지 않는 냉정한 방식으로 움직인다. 상인회에 속하지 않은 이들의 비공식 거래가 적발될 경우 즉각적인 처벌이 이뤄지는 규칙이 이곳의 폐쇄성과 긴장도를 높인다.


‘콘크리트 유니버스’의 특징은 네 작품 모두 다른 감독과 각기 다른 장르 접근을 취하지만, 동일한 재난 세계를 공유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엄태화 감독, ‘황야’는 허명행 감독, ‘콘크리트 마켓’은 홍기원 감독, ‘유쾌한 왕따’는 민용근 감독이 맡으며, 각 편이 독립성을 유지한 채 하나의 배경을 공유한다.


한국영화에서 세계관 확장은 대체로 동일 캐릭터나 제작진을 기반으로 하는 방식이 주류였다. ‘신과 함께’ 1·2편처럼 동일한 배우·제작진이 연속 참여하는 구조나, ‘부산행’ ‘반도처럼 감독 중심으로 이어지는 확장, 혹은 ‘범죄도시’처럼 주인공 캐릭터를 중심으로 시리즈를 키우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 ‘콘크리트 유니버스’는 같은 배경을 공유하되 각 작품의 연출·톤·서사가 모두 달라, 하나의 세계를 여러 결로 해석하는 형태에 가깝다.


최근 한국영화 산업은 제작·투자 규모 감소로 인해 대형 프로젝트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여러 편을 동시에 제작해 순차 공개하는 방식은 일정한 위험 요소를 갖지만, OTT 중심 소비 환경에서는 장점도 존재한다.


영화와 드라마로 이어지는 구조가 플랫폼 간 확장성과 부가 콘텐츠 활용 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유니버스’는 네 편을 한꺼번에 제작해 완성한 뒤 공개하는 방식으로 기획된 점에서 국내에서는 드문 사례다. 동일한 설정을 공유하면서도 각 작품이 다른 개성과 연출을 갖고 있어, 하나의 세계가 어떻게 변주될 수 있는지를 확인할 기회를 제공한다.


동시기 제작된 네 작품 가운데 세 번째로 공개되는 ‘콘크리트 마켓’이 어떤 역할을 할지, 이어 마지막 작품 ‘유쾌한 왕따’로까지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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