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할 수도 없고"…울고, 웃는 소비자들
천차만별 반응에 고민 깊어진 제조사들
팔면 그만인 시대는 끝…소비자 입김 세져
SDV전환이 곧 경쟁력…OTA 중요성 더 커진다
#포지티브적 해석: 브랜드와 차량의 완성도를 높이는 건 소비자 목소리에서부터
#네거티브적 해석: 까다로워지는 입맛, 치열해지는 경쟁
르노 그랑 콜레오스 ⓒ르노코리아
"정숙성 개선을 위해 변속음을 뺐다는 소리를 듣고, 브랜드에 정이 떨어집니다."
"하나만 빼고, 다른 부분은 모두 대만족입니다."
"이번 업데이트, 일부러 안하고 버티는 중입니다."
르노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 오너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가 최근 2주 사이에 상당히 시끌시끌해졌습니다. 최근 그랑 콜레오스의 연식변경 모델 출시 이후 기존 차량들에 진행한 OTA(무선업데이트)가 문제시 됐는데요.
주차보조 시스템, 인포테인먼트, ADAS 등 차량 내 다양한 부분이 대폭 업데이트 됐는데, 특히 그 중에서도 '변속음 제거'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기어 변속시에 들리던 알림음이 사라지면서, 파킹(주차) 버튼을 눌러도 기어가 바뀌었는지, 안 바뀌었는지 직관적으로 확인이 어려워 오히려 운전자가 위험해졌다는 반응이 많죠.
이를 두고 많은 소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자 르노코리아는 '정숙성 개선을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고 하는데요. 날이면 날마다 오는 업데이트가 아닌 만큼, 소비자들의 불만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습니다.
르노코리아의 사례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OTA의 두 얼굴을 잘 보여줍니다. OTA는 Over-the-Air의 약자로, 네트워크를 통해 기기나 차량의 소프트웨어·펌웨어를 무선으로 업데이트하는 기술인데요. 연식과 관계없이 이 시스템을 갖춘 차는 모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죠.
ⓒ게티이미지뱅크
사실 OTA는 상당히 혁신적인 기능입니다.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지 않고도 국내 어느 곳에서나 집 주차장에서 차량이 새롭게 업데이트 된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또 새로 나온 기술로 계속해서 차량 기능이 개선되니 작년에 샀더라도, 신차와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죠. 중고차지만, 소프트웨어는 언제나 새 것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차량 가치가 상승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OTA는 단순히 내비게이션 지도 업데이트 수준이 아니라, 차량 내 소프트웨어를 모두 업데이트할 수 있기 때문에 운전자의 체감 수준도 크게 달라지는데요.
차선 유지만 되던 크루즈컨트롤 기능을 업데이트를 통해 차간 거리 조절까지 할 수 있게 바꾼다던가, 기어 변속시 울렁임을 줄이는 것까지도 가능하죠. 눈에 보이는 디자인을 제외하면 모두 바꿀 수 있다는 겁니다. 신형 그랜저 출시 후 '성의없는 계기판 디자인'으로 몰매를 맞았던 현대자동차도 OTA를 통해 계기판 그래픽을 전면 수정했죠.
하지만, 만약 업데이트를 마친 후 기존보다 아쉬움이 크다면 순식간에 골칫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기능이 한 번에 하나만 바뀌는 작은 업데이트도 있겠지만, 한번에 다양한 기능이 개선되기도 하니까요. 개선하고 싶은 기능만 골라서 받을 수 없으니 소비자의 입장에선 난감해지는 겁니다.
상품성을 높이고,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의 편의를 개선해주기 위해 업데이트를 시행하는 제조사들 역시도 OTA로 상당한 고민을 안고 있을 수 밖에 없겠죠. 특히 이번 르노코리아의 사례처럼, 수많은 기능이 호평을 받았더라도, 하나라도 문제가 되면 순식간에 소비자들에게 질타를 받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특히 OTA는 브랜드 경험을 해본 소비자들을 충성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가볍게 지나치기도 어렵습니다. 제조사가 만들어주는 대로 타고, 새로운 기능을 원하면 차를 바꿔야하는 시대가 지났으니까요. 차를 팔고난 이후에도 소비자 반응을 계속 살피고, 신경쓰는 티를 팍팍 내줘야만 그 다음번에도 선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제조사 입장에선 참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지만, 무시할 수 있는 흐름도 아닙니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거든요. 테슬라처럼 꾸밈 하나 없이 내부를 텅 비워도 막강한 소프트웨어 기술 하나면 수많은 팬층이 생기는 것 처럼 말이죠.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OTA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이유입니다.
차를 팔기만 하면 끝이던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이 원하는 점을 계속해서 살피고, 빠르게 개선시켜야 호평을 받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OTA 기술이 적용된 차는 점점 더 늘어나고, 소비자들의 목소리와 요구사항은 앞으로 더욱 빠르게 개선될 텐데요. 잘한 점이 있다면 박수를, 아쉬운 점이 있다면 따끔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소비자가 많다는 건 결국 브랜드와 차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는 뜻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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