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AI·신원인증…‘틈새’를 공략한 포용금융 기술
대형 금융이 못 채운 영역, 스타트업이 기술로 열다
생활밀착 불편에서 출발한 혁신…핀테크가 찾은 금융 사각지대
지난 26일 서울 양천구 aT센터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5 에이젠글로벌 부스를 찾은 시민이 소개글을 보고 있다. ⓒ데일리안 손지연 기자
지난 26일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5 현장에서 만난 세 개의 스타트업은 공통적으로 ‘금융의 빈칸’을 데이터와 AI로 메우고 있었다.
행사 첫날, 행사를 주최한 한국핀테크지원센터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금융 생활을 바꾸는 혁신 서비스”라며 추천한 기업 세 곳을 만났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신분을 인증할 길이 없어 배달앱조차 못 쓰는 외국인, 매출 데이터가 없어 대출이 막히는 영세 셀러, 느린 보험금 심사로 불편을 겪는 소비자까지 금융산업의 틈새에 놓인 이들에게 금융의 가능성을 데이터로 열어주는 ‘포용금융’ 혁신을 만들고 있다.
에이젠글로벌(AIZEN) “환경 규제는 있는데 금융은 못 따라가…그 틈을 데이터가 메운다”
가장 먼저 만난 에이젠글로벌(AIZEN)은 환경·모빌리티 분야에서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을 데이터로 해결하는 기업이다.
동남아 전기 이륜차와 트럭의 배터리 상태·운행 패턴을 수집하고, 이 데이터를 현지에 진출한 한국 시중은행에게 제공해 여신 금융을 제공하고 있다.
강정석 에이젠글로벌 대표이사는 “베트남 하노이는 오토바이 매연으로 인해 질병의 3분의 1이 폐질환”이라며 “정부가 탄소 배출 규제를 위해 전기 오토바이가 아니면 도심에 못 들어가게 막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생업을 위해 당장 전기 오토바이가 필요한데, 기존 금융사는 대출을 꺼린다”며 “환경 규제는 강화되지만 금융은 따라오지 못하는 병목을 데이터로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도 이륜차부터 시작했는데 트럭킹 비즈니스까지 확대하고 있다”며 “섬나라인 인도네시아에서 주 수출자재로 목재가 이용되고 있어 밀림지대에서 나무를 잘라 트럭에 싣는 트럭킹 비즈니스가 활성화돼 있다. 300대의 트럭을 운영하는데 1000억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향후 사업은 동남아를 넘어 미국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수소, 전기차가 아닌 내연 트럭은 진입하지 못하게 법제화 돼있다”며 “내연 기관차는 은행에서 대출을 해주지만 전기차의 잔존 가치를 기존 금융기관이 평가하기 어려워 보수적인 금융기관이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는 온라인 셀러의 매출·정산 데이터를 통합해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강 대표는 “영세 셀러·자영업자는 재무제표도, 카드 매출 정보도 부족해 대출에서 불리하다”며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인프라를 통해 금융 접근성을 넓히고 KB·신한·카카오뱅크 등과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일리안 손지연 기자
에임스(AIMS) “보험사 미래 경쟁력 AI에…AI·온톨로지 기술로 보험금 심사”
두 번째 기업 에임스(AIMS)는 보험금 심사·지급 프로세스를 AI로 자동화하는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이다. 2017년 창업 이후 8년 넘게 AI를 기반으로한 보험금 심사 기술에 집중해 레퍼런스를 쌓아온 ‘롱런형 플레이어’다.
임종윤 에임스 대표는 “컨설팅 회사 재직 12년 중 10년간 보험사 전문 경영 컨설팅을 진행했지만 보고서로 ‘디지털 혁신’을 말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며 “보험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겪는 어려움들을 내부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 느꼈고 제가 느낀 ‘기회’였다”고 밝혔다.
이어 “보고서를 내는 수준이 아니라 직접 참여자가 돼 회사를 만들고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 서비스를 진행하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임 대표는 “우리의 고객은 보험사들이라 B2B지만, 결국 소비자들이 보험금을 지급받을 때 자동화를 통해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B2B2C”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험금 심사는 사람이 일일이 문서를 확인해 판단하는 영역이었으나 AI 기술 발달로 보험사들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처리 속도뿐와 정확도를 개선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었다”며 “처음으로 AI 기반 보험금 심사 서비스를 시작했고, 레퍼런스 기준으로 업계 선두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AIMS는 대형 보험사는 물론 자체 IT 역량이 부족한 중소형 보험사까지 고객군으로 확보하고 있다. 임 대표는 “보험 상품의 설계, 위험률 분석, 보험금 심사와 지급에 이르는 보험의 본질적 서비스에 데이터 혁신을 적용해 한국 보험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서울 양천구 aT센터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5 크로스허브 부스에서 임직원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손지연 기자
크로스허브 “외국인이 한국에서 배민·카카오T 못 쓰는 불편함을 고치고 싶었다”
세 번째 기업 크로스허브는 한국에 온 외국인이 ‘본인 인증 과정을 통과할 수 없어 앱을 못 쓰는’ 문제에서 출발한 신원인증·글로벌 간편결제 기업이다.
김상윤 크로스허브 이사는 “외국인 관광객·유학생이 한국에서 PASS 같은 온라인 본인인증 수단이 없어 배달앱이나 택시앱을 쓰지 못한다는 불만이 레딧 등 해외 커뮤니티에서 나왔다”며 운을 뗐다.
김 이사는 “에어비앤비 호스트한테 돈을 주고 배달음식을 시켜달라고 부탁하는 일들이 많았는데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여권·안면인식 기반 디지털 인증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강원도 유학생 비자·졸업증명 디지털 발급, 부산 감천항 외국인 선원 출입국 절차 디지털화 등 규제샌드박스 기반의 B2G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김 이사는 “신원인증은 결제·이동·행정 서비스까지 확장될 수 있는 영역”이라며 “한국 방문 외국인의 일상까지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세 기업은 업종이 다르지만 목표는 같았다. 금융이 닿지 않던 구간에 기술이 먼저 들어가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데이터·AI·신원인증을 결합해 금융 공백을 메우는 방식은 달랐지만, 포용금융·생활밀착 핀테크라는 큰 축은 동일했다.
AI 기술을 중심으로 한 변화가 전 산업에서 일어나는 가운데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기업들이 핀테크 생태계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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