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까지 번진 FA 몸값 과열, 이영하 52억 적정가?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5.11.28 08:22  수정 2025.11.28 08:23

원 소속팀 두산과 예상 훌쩍 뛰어넘는 4년 52억 계약

강백호-김현수에 이어 과도한 액수라는 평가 대부분

보여준 것 이상으로 많은 금액 보장 받은 이영하. ⓒ 뉴시스

거침없이 치솟는 FA 몸값 과열 현상이 그동안 소외 받았던 불펜까지 옮겨붙은 모습이다.


두산 베어스는 27일 “FA 이영하와 4년간 최대 52억원(계약금 23억원·연봉 총액 23억원·인센티브 6억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이영하가 거액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배경은 꾸준함과 젊은 나이다. 두산 구단 역시 이영하를 잔류 시킨 이유에 대해 “연 평균 60이닝 이상 소화 가능한 내구성을 갖춰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며 “팀의 허리를 든든하게 지켜줄 자원인 동시에 젊은 투수들의 리더 역할 역시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금액을 생각하면 ‘너무 과하다’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2016년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이영하는 통산 355경기에 등판해 802.1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60승 46패 9세이브 27홀드 평균자책점 4.71을 기록했다.


커리어 하이는 입단 4년 차였던 2019년이다. 당시 이영하는 선발 보직을 맡아 17승 4패 평균자책점 3.64를 기록하며 단숨에 한국 야구를 이끌어갈 미래로 평가 받았다.


아쉬운 점은 지속성이다. 이때 타올랐던 불꽃은 금세 사그라들었고 불펜으로 보직을 옮기며 반등을 꾀했으나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이영하는 최근 3년간 171.1이닝을 소화했고 23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 중이다.


투수 친화적인 잠실 구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성적표이며,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스탯티즈 기준)의 3년 누적 수치도 1.00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영하는 특급 불펜 투수들에게만 허락된 50억원 이상의 액수를 이끌어냈다.


불펜 FA 선수들 중 역대 최고액은 2016년 한화로 이적한 정우람의 84억원(4년)이며 이전해 삼성 안지만이 65억원(4년), 2016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 손승락이 4년간 60억원에 계약했다.


이들 모두 한 경기 승리를 확실하게 책임졌던 특급 불펜 투수들로 잭팟을 터뜨리기 모자람 없는 검증 과정을 거쳤다.


불펜 FA 투수 최고액 순위. ⓒ 데일리안 스포츠

이후 불펜 투수들에게 계약 총액 50억원은 하나의 벽으로 작용했다. 이후 2024년 삼성으로 이적한 김재윤이 4년간 58억원에 계약했다. 김재윤의 경우 FA 자격 획득 전, 3년 연속 30세이브를 따낸 특급 마무리였고 합당한 액수가 가격표에 매겨졌다.


그리고 지난해 각각 54억원, 52억원에 계약한 롯데 마무리 김원중, LG 이적한 장현식도 각자 보직에서 결과물을 냈던 투수들이다.


이보다 앞선 2020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던 정우람이 직전 3년간 87세이브, 5.86의 WAR라는 특급 성적을 내고도 4년 39억원에 계약한 점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A급 불펜이라 보기 어려운 이영하의 몸값이 과도하게 책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이번 FA 시장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계약이 진행될수록 계속해서 웃돈이 붙는 모습이다.


최근 4년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강백호는 어린 나이와 부활의 기대감만으로 4년 100억원의 잭팟을 터뜨렸고, 노쇠화가 뚜렷했던 김현수는 한국시리즈 MVP 타이틀을 등에 업고 옵션 없는 3년 50억원을 보장받았다.


영입 경쟁의 불은 불펜 투수들에까지 옮겨 붙었다. 이영하가 불펜 투수로는 역대 7번째로 50억원을 돌파하며 수혜를 입은 가운데 비슷한 성적을 기록한 김범수도 대박 계약의 꿈을 품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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