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과 드라마·영화에서 배우 이광수에게 자주 따라붙는 수식어는 ‘감초’였다. 잠깐 등장해도 분위기를 뒤집는 존재감 덕분이다. 그런데 2025년 이광수는 조금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tvN 예능 ‘콩콩팡팡(콩 심은 데 콩 나서 웃음팡 행복팡 해외탐방)’과 영화 ‘나혼자 프린스’에서의 그는 팀의 분위기를 이끌고 서사를 책임지는 맏형이자 주연이다.
ⓒtvN
카리스마로 군림하는 리더가 아니라, 먼저 웃고 망가지면서 방향을 잡는 리더십. 올해 이광수가 보여준 건 ‘부드러운 리더십’이다.
‘콩콩팡팡’은 나영석 PD의 '콩콩팥팥(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콩콩밥밥(콩 심은 데 콩 나고 밥 먹으면 밥심 난다)' 시리즈 연장선으로 제작사 에그이즈커밍의 가상 사내 법인 'KKPP푸드' 직원들이 성과 보상 차원의 해외 문화탐방을 떠나는 이야기다.
이광수는 이 세계관 속에서 대표이사를 맡았는데, 권위를 세우기보다는 계속해서 분위기를 풀고 동생들 의견을 묻는 쪽에 더 가깝다. 여행지를 정할 때부터 캐나다에 가고 싶었던 이광수와 달리 감사 김우빈과 본부장 도경수는 새로운 음식 등을 도전할 수 있는 멕시코를 밀어붙였다. 이광수는 장난식으로 “나 대표야”를 외치지만 김우빈과 도경수가 “진짜 가고 싶으면 캐나다로 결정해요”라고 하자 멤버들의 의견을 반영해 결국 멕시코를 고른다.
탐방은 연예인의 여행이 아니라 회사의 출장이라는 설정에 따라 운영된다. 세 사람은 멕시코 현지에서 직접 발로 뛰며 음식 문화와 재료를 경험하는데, 사비를 쓸 수 없고 정해진 예산 한도 내에서만 경비를 집행해야 한다.
돈이 부족해지자 세 사람은 본사 대표에게 특별 경비를 요청하는 보고 메일을 보내야 했다. 이때 이광수는 감정 호소용 품의서와 동정심을 유발하는 ‘날조 영상’까지 만들어 보내자고 제안하며 웃음을 유도하는 동시에 상황을 정리해 나간다.
도경수가 자신이 먹고 싶은 ‘세비체’를 파는 가게에 가기 위해 이광수와 김우빈에게 라멘집이라고 속인 사실을 들켰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광수는 크게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도경수의 왜 세비체를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묵묵히 듣는다.
런닝맨 시절부터 이어진 ‘당하는 캐릭터’의 연장선이지만 콩콩팡팡에서는 그 허당이 팀을 이끈다. 웃기면서도 믿음이 가는 맏형의 모습이다.
ⓒCJ CGV
영화 ‘나혼자 프린스’는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로 ‘감초’ 비중을 맡아온 이광수가 맡은 첫 로맨틱 코미디 주연작이자 원톱물이다.
‘나혼자 프린스’는 매니저, 여권, 돈 한 푼 없이 낯선 이국 땅에 혼자 남겨진 아시아 톱 배우 강준우가 펼치는 생존기를 풀어낸다. 우연한 사고로 핸드폰도, 돈도, 카드도, 여권도 없는 신세가 된 강준우는 자꾸만 엮이게 되는 타오(황하 분)와의 뜻밖의 인연으로 이어지며 코믹하면서도 따뜻한 로맨스를 보여준다.
‘아시아 프린스’라는 강준우의 설정은 이광수의 현실과 유사하다. 지난 10일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이광수는 “관객에게 익숙한 제 모습을 캐릭터에 살짝 입히면 친숙하게 느끼실 것 같아 감독님과 상의해 코미디 요소를 보탰다”면서도 “결국 스크린 속 강준우는 ‘다른 사람’이다. 이기적이고 자격지심이 있는 인물의 선을 지키려 했다”고 주연으로서 캐릭터에 대한 고민한 지점을 밝혔다. 이에 김 감독은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건 배우의 힘”이라고 신뢰를 보탰다.
또한 이광수는 “황하와 스태프들이 촬영이 없을 때도 맛집을 소개해주고 구경을 시켜줬다”고 감사함을 표했는데, 언어와 문화가 다른 현장에서도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로써 이광수는 이야기 전체를 책임지는 축으로 서게 됐다. 예능에서 쌓아온 이미지 덕분에 관객은 쉽게 웃고, 동시에 극의 중심에 놓인 인물의 성장 서사를 따라가게 된다.
이광수는 올해 자신의 능력을 팀을 살리고 작품을 지탱하는 리더십으로 확장했다. ‘감초’가 때로는 판 전체를 끌고 가는 맛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광수는 증명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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