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공습…한국, R&D·인력 없으면 밀린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11.26 17:58  수정 2025.11.26 17:58

중국 저가 공세 확대로 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R&D 3조·전문 인력 확보·충전 인프라 보강 필요성 제기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2000만대 규모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 자동차 산업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예산 확충과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국이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반면 국내 업계는 R&D 자금 부족과 인력 유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와 기후에너지정책연구원이 주최한 '2025년 전기차 리더스 포럼'에서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과제'를 주제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포럼에는 국회 및 산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급변하는 통상 환경 속 국내 전기차 산업의 생존 전략을 모색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 위원은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는 꺾이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1월부터 10월까지 세계 전기차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1650만대를 기록했다"며 "올해 전체로는 2000만대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역별 편차는 뚜렷했다. 유럽과 중국은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반면, 미국은 구매 보조금 중단 이슈 등으로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 이 위원은 "중국을 제외한 국외 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은 2030년까지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 전망치를 기존보다 절반 수준인 18%로 하향 조정했다"면서도 "어떤 시나리오를 보더라도 세계 전기차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러한 낙관적 전망의 근거로 2026년부터 본격화될 '가격 파괴'를 꼽았다. 이 위원은 "중국 기업에 이어 선진국 완성차 업체들도 2026년부터 저가 모델을 경쟁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며 "이는 가격 장벽을 낮춰 폭발적인 수요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각종 규제 강화 속에서도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의향 지표가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했다.


문제는 중국의 무서운 성장세다. 이 위원은 "중국 전기차의 평균 가격은 약 1만9000달러인 반면 미국은 5만2000달러 수준"이라며 가격 경쟁력의 격차를 지적했다. 이러한 저가 공세는 국내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올해 국내 수입 전기차의 약 3분의 1을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2만달러 이하의 다양한 중국 모델이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경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어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이 위원은 국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R&D 예산 증액'과 '인력 확보'를 꼽았다.


그는 "자동차 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국가 R&D 예산 35조원 중 적어도 3조원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현재 정부의 자동차 산업 R&D 지원은 1조원 미만에 그치고 있다"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의 R&D가 활성화돼야 성능 향상과 가격 인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인력난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발표에 따르면 2023년에만 약 5000명의 산업 기술 인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위원은 "꾸준히 늘던 인력이 갑자기 줄어들면서 R&D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미국이 34만명 규모의 전문 인력을 보유한 것처럼 우리도 인력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은 충전 인프라 확충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중국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중국은 2027년까지 충전기 2800만기를 구축해 전기차 8000만대를 감당하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며 "현재 국내 공공 급속 충전기는 약 8500기로 상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이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