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많은 게 아니라, 짐이 많은 것이다…그래서 '아이오닉 9' [엄마의 시승기]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11.27 07:00  수정 2025.11.27 07:00

아이오닉 9 AWD 성능형 롱레인지 모델 시승기

자전거·캐리어·유모차 넣고도 넉넉한 트렁크

정비 최소화도…육아로 바쁜 엄마에겐 장점

현대자동차의 대형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 9 AWD 성능형 롱레인지 모델 ⓒ데일리안 고수정 기자

'큰 차는 아빠차'라는 인식은 이제 그만. 엄마도 큰 차가 필요하다. 육아를 하다 보면 차를 바라보는 기준이 완전히 달라진다. 아이가 좋아하는 자전거부터 킥보드, 여행용 캐리어, 유모차, 각종 장난감 가방까지 짐은 늘 넘쳐나고, 트렁크는 늘 좁다.


이번에 시승한 현대자동차의 대형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 9 AWD 성능형 롱레인지 모델은 '엄마로서' 유독 특별하게 느껴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오닉 9은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을 놀라울 정도로 가볍게 만들어주는 전기 패밀리카다.


아이오닉 9은 올해 초 출시돼 이미 많은 시승기와 실제 사용자 평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느껴졌던 건 보유하고 있는 차가 그랜저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일곱 살이 된 딸은 외출, 특히 여행을 갈때 가져가고 싶은 '보물'이 유난히 많다. 18인치 자전거부터 킥보드, 심지어 장난감 캐릭터 집까지 자기 캐리어를 따로 챙길 정도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세단은 전장 5035㎜, 전폭 1880㎜로 결코 작은 차는 아니지만, 전고가 1460㎜에 불과해 18인치 자전거 하나만 넣어도 트렁크 입구가 꽉 막힌다. 그것도 자전거 핸들을 이리저리 비틀어 구겨넣듯 눕혀야 겨우 들어갈 정도다.


아이오닉 9 트렁크에 18인치 자전거를 실은 모습 ⓒ데일리안 고수정 기자
아이오닉 9 트렁크에 짐을 적재한 모습 ⓒ데일리안 고수정 기자

하지만 아이오닉 9은 달랐다. 18인치 자전거가 그대로 '세워진 채' 들어간다. 아이오닉 9의 전장은 5060㎜, 전폭은 1980㎜로 준대형 세단과 큰 차이는 없지만 전고가 1790㎜로, 보유 중인 차보다 무려 330㎜나 더 높다.


이 차이가 만드는 실내 공간감, 트렁크 활용성은 숫자 이상의 체감 차이를 만든다. 실제 18인치 자전거 1대와 28인치 캐리어, 24인치 캐리어, 휴대용 유모차 1대, 웨건까지 '테트리스 수납' 할 필요도 없이 넣고도 여유 공간이 남았다.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에서 짐이 많아 늘 "뭐부터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던 엄마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감격스러운 수준이다. 캠핑, 장거리 여행, 쇼핑 등 짐이 많은 활동을 하는 가족이라면 트렁크 하나만으로도 선택의 이유가 충분한 차다. 엄마에게는 말그대로 '짐 싸기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차'였다.


물론 아이오닉 9 말고도 대형 SUV 종류는 많다. 그럼에도 아이오닉9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 건 국산 전기차 중 가장 큰 모델이어서다. 아이오닉 9은 덩치가 큰 만큼 묵직한 느낌이 들법도 한데, 가속과 감속 모두 부드럽게 이어지는 날렵한 성능을 자랑한다. 아이오닉 9 AWD 성능형 롱레인지 모델의 최고 출력은 315㎾, 최대 토크는 700Nm다.


그럼에도 주행 중 실내는 놀라울 만큼 조용하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 소음·진동이 거의 없다보니 예민한 딸도 이동 중 깜짝깜짝 깨는 일이 확 줄었다. RPM 변화나 진동에 민감해 '막 잠들었다가 깨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이오닉9에서는 오히려 더 깊게 잠들었다고 느껴질 정도다. 장거리 이동이 잦은 가족이라면 이 정숙함은 분명 크나큰 장점이다.


아이오닉 9을 비롯한 전기차가 엄마에게 매력적인 이유로 유지관리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차에 대해 잘 아는 엄마라면 상관없겠지만, '차알못' 엄마에게는 유지보수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엔진오일·미션오일 교체, 각종 소모품 점검 등 관리 주기를 챙기는 건 은근히 스트레스다.


하지만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교체할 소모품이 적다. 감속기 오일, 냉각수 등의 소모품은 교체 주기가 길어서 덕분에 정비소 갈 일이 확 줄어든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해내야 하는 엄마들에게 '정비는 최소화되고, 타는 건 편한' 차량이라는 점은 분명한 매력이다.


아이오닉 9 약 22㎞ 주행 정보 ⓒ데일리안 고수정 기자

시승한 모델은 110.3㎾h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최대 501㎞를 주행할 수 있다. 인천에서 서울 여의도로 출근하며 왕복 약 44㎞를 주행했을 때 배터리는 단 12%만 소모됐다. 출퇴근길 특유의 정체, 겨울철 히터 사용까지 감안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효율이다.


여기에 아이오닉 9은 400/800V 멀티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지원해 350㎾급 충전기를 이용하면 단 24분 만에 배터리 용량을 8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시간을 쪼개서 써야 하는 엄마 입장에서는 이 '빠른 충전'은 실사용에서 큰 편의를 준다.


물론 모든 부분이 완벽할 수는 없다. 회생제동(원페달 주행) 강도를 가장 낮게 설정했더라도, 특유의 울렁거림은 필수적으로 적응해야하는 영역이다. 특히 내연기관차에 익숙했던 이들에게는 뒷좌석이나 동승석에 탔을 때 멀미를 호소할 수 있다.


아이오닉 9은 단순히 큰 SUV가 아니다. '육아 가정에 필요한 기능을 제대로 갖춘 대형 전기차'라는 느낌이 강하다. 큰 트렁크, 정숙한 실내, 관리가 적은 스트레스, 빠른 충전과 넉넉한 주행거리까지. 매일 아이를 등하교시키고, 주말마다 짐을 싣고 떠나는 엄마의 일상을 생각하면 장점들이 너무나 명확하다.


▲타깃

-자기 짐도 많은데 아이 짐도 많은 육아맘

-배터리 80% 충전까지 단 24분…시간도 없고 성격 급한 엄마


▲주의할 점

-평소 울렁거림을 자주 느낀다면 운전석을 사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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