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수사기한 만료 앞두고 등장한 특별재판부
위헌 논란 일자 전담재판부로 이름 바꿔 재추진
법조계 "수사·기소에 이어 재판까지 개입" 우려
'반대의견' 대법원 법원행정처 폐지론도 꺼내든 與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데일리안DB
윤석열 정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3대 특별검사팀의 기한 종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입법 추진을 공식화했다. 특별재판부에서 이름을 바꿔 재등장한 셈인데 법조계에서는 여전히 위헌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대 의견을 낸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대해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개혁안도 민주당에서 나왔다.
25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특검팀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독립된 전담재판부가 투명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당 지도부의 의견에 따라 관련 법안 처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도입 시기는 2심 단계에서 구성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담은 '12·3 비상계엄의 후속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박찬대 의원 대표 발의)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필요성이 제기될 때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며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 차질 없이 처리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야권에서는 내년 1월1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기한 만료가 다가오자 다시금 사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헌법에 정면으로 어긋나고 사법부 독립에도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에 대해 제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도 "대한민국 사법부를 독일 나치, 베네수엘라 차베스 독재 시대와 같이 권력의 주구가 된 사법부처럼 만들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앞서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지난 8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특별재판부 설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강성 지지층을 겨냥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이번엔 당 지도부 차원에서 '전담'재판부 관련 입법 추진을 공식화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특정 사건을 위한 재판부를 외부에서 구성하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의 독립성과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민주당이 제시한 안에 따르면 내란전담재판부 법관 후보 추천위원회는 법무부가 1명, 법원 판사회의가 4명, 대한변호사협회가 4명씩 추천해 총 9명으로 구성된다. 국회가 관여하도록 한 기존 안은 철회했지만 사실상 법무부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어 재판 개입 우려는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 사법 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 단장 전현희 의원.ⓒ데일리안DB
법조계 "수사와 기소에 이어 재판까지 관여…사법 독립 침해"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위헌 소지가 여전하다"며 "수사와 기소에 이어 재판까지 관여하겠다는 건 다소 무리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국 외부에서 임명한 판사로 재판부가 구성된다는 말인데 이는 명백한 사법 독립 침해"라고 강조했다. 사무분담과 사건 배당에 관한 법원의 전속적 권한은 사법권 독립의 한 내용인데 이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앞서 대법원도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사실상 반대의견을 낸 바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특정 사건을 전담해 심판할 법관을 별도로 임명하고 기존 사건을 특별재판부로 이관하는 것은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을 훼손해 재판의 독립성·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저하할 우려가 있다"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의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와 함께 법원행정처 폐지도 추진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해 대법원장의 법관 인사 등 권한을 분산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사법행정위원 지명 추천권은 헌법재판소장(1명), 전국법관대표회의(2명), 법무부 장관(2명), 대한변호사협회장(1명), 법원 공무원(1명) 등 다수 외부 인사가 갖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사법 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 단장 전현희 의원은 "개혁 핵심 원칙은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제왕적 권한 분산과 사법행정의 민주적 정당성 강화"라며 "사법부 내부로부터 재판 업무를 독립시켜서 법관의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TF가 진행한 입법 공청회에서 토론회로 참석한 이지영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고법판사)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불거진 지 8년이 지난 현재 그동안 사법부가 해온 노력과 그 결과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법원행정처가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 총괄심의관은 "사법행정 권한을 분산하더라도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이 정치적·외부적 간섭 없이 핵심적 사항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법원은 다수결에 따라 선출된 입법부, 행정부와 존립 이유가 달라 다수 의사에 반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보장되는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역할을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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