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희한의원 구로디지털단지점 이한별 원장.
최근 의료 현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약물 중 하나가 바로 위고비와 마운자로 같은 비만치료제다.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주성분은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GLP-1이라는 장호르몬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모두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
빠른 체중 감량 효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동시에 심각한 부작용 사례도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특히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 GLP-1 계열 약물 사용 후 급성 췌장염 사례가 약 400건 이상 보고됐으며, 국내에서도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3월까지 위고비 부작용이 143건 보고됐다.
이 약물이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는 신체 여러 장기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이다. GLP-1 수용체는 뇌, 위, 그리고 특히 췌장에 많이 분포한다. 약물이 췌장에 도달하면 인슐린과 글루카곤을 분비하는 세포들을 강하게 자극한다.
이 과정에서 췌장 내 압력이 증가하고 장기간 반복되면 췌장관의 염증으로 이어진다. 제2형 당뇨병 병력이 있거나 담석증이 있는 환자들은 위험이 더욱 크다.
극심한 복통, 메스꺼움, 발열을 동반하는 급성 췌장염은 입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으며,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반복된 염증이 만성 췌장염으로 진행될 수 있고 이것이 췌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 약물들의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미국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사용자의 80%가 6개월 안에 약 복용을 중단하며, 대부분이 다시 체중이 증가하는 요요 현상을 경험한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 전체의 불균형으로 본다. 따라서 한약 다이어트는 증상 억제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건강 증진에 초점을 맞춘다. 한약이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는 방식은 여러 기전을 통해 작용한다.
첫째,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여 안정적으로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인다. 둘째,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에너지 소비를 촉진한다.
셋째, 마황, 산사, 결명자, 택사 같은 약재들이 직접적으로 체지방 분해를 돕는다. 넷째, 황련에 함유된 베르베린 성분은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지방세포 성장을 억제한다. 이러한 다각적인 접근은 특정 장기를 강제로 자극하는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국내외 연구 결과들도 한약 다이어트의 효과와 안전성을 뒷받침한다.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에서 8가지 체중 감량법 중 한약 복용의 성공률이 26.0%로 가장 높았다.
또한 149명의 비만 여성을 대상으로 의이인탕을 12주간 복용하게 한 연구에서는 위약군 대비 평균 2.50kg의 유의미한 체중 감량을 보였으며, 체질량지수와 허리둘레도 개선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간 수치 등 안전성 지표에서 두 그룹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한약이 체중 감량 효과와 함께 안전성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한약 다이어트가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건강을 증진시키는 이유는 몸 전체의 균형을 회복시키기 때문이다. 개인의 체질과 건강 상태를 고려한 맞춤 처방을 통해 소화 기능을 강화하고 대사를 촉진하며, 체내 노폐물을 제거한다.
또한 장내 미생물 구성을 개선해 유익균의 비율을 높이고 염증을 줄인다.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는 체중 감량 후에도 요요 현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의학이 강조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치료는 단순히 증상만 없애는 것이 아니라 몸이 스스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한약도 개인의 체질에 맞지 않으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전문 한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제대로 처방된 한약은 양약에 비해 부작용이 현저히 적으면서도 동등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진짜 위험한 건 췌장 손상이라는 실제 위험을 외면하고 빠른 효과만을 추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이어트는 결국 건강을 지키면서 감량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다. 아무리 빠른 결과도 중요한 장기를 손상시킨다면 그것은 미용이 아니라 질병을 사는 것에 다름없다.
한약 다이어트는 시간 맞춰 먹는게 귀찮고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지만 체질을 개선하고 전반적인 건강을 증진시키면서 체중을 감량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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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한별 한의사·구로디지털단지 고은경희한의원 대표원장(lhb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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