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한 '지락실'·신선한 '콩콩팡팡'… 나영석표 '아는 맛', 그 다음은? [D:방송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5.11.24 14:11  수정 2025.11.24 14:11

2025년에도 나영석표 여행 예능은 계속 됐다. 25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예능 '케냐 간 세끼'를 포함하면 올해에만 벌써 세 번째다. 프로그램마다 포맷은 조금씩 달랐지만 결국 익숙한 인물들이 익숙한 웃음을 만들어냈다.


ⓒ넷플릭스

나영석 PD의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케냐 간 세끼'는 2019년 방영된 '신서유기' 시즌 7에서 이수근, 은지원, 규현이 미션에 성공 후 케냐 기린 호텔 숙박권을 뽑은 것을 계기로 시작돼, 약 4년 만에 실현된 '신서유기' 시리즈의 외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변함 없이 이어진다. '신서유기' 멤버 이수근, 은지원, 규현이 출연하고 여행지에서 식재료를 조달해 식사를 해결하는 '자급자족' 콘셉트도 그대로다. 지난달 27일 공식 예고편이 공개되자 "또 같은 멤버, 또 같은 내용"이라는 반응이 나왔지만, 한편으론 "드디어 신서유기 시리즈가 나와 기대된다"는 평도 많다.


신서유기 정식 시리즈는 2020년 방영된 시즌 8 이후 멈춘 상태다. 코로나19 시기가 지나고 제작진은 신서유기가 아닌 다른 콘텐츠들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대해 기존 시청자들 사이에선 새 시즌에 대한 갈증이 꾸준히 이어졌다. 특히 신서유기 특유의 매력으로 꼽히던 게임에서 이기면 이기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흘러가는 자연스러움과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끝까지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 시청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티빙

그러나 '신서유기'가 갖는 유연한 웃음 구조는 '지구오락실' 시리즈는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 4월 방영된 '지구오락실3'에서 온전히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같은 제작진과 출연진, 비슷한 게임 포맷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억지스러운 세계관과 설정에 과도하게 기대며 오히려 자연스러움을 잃었다는 평을 받았다. '토롱이 추격전'이라는 서사를 세 번째 반복하면서 이야기 구조는 더욱 복잡해졌고 게임은 결과보다는 웃음을 위한 장치처럼 변질됐다. 이기고 지는 결과보다 어떻게든 재미를 뽑아내야 한다는 식의 흐름이 반복되면서 기존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순리대로 흘러가는 웃음은 점점 사라졌다.


'지구오락실'은 2022년 시즌 1 방영 당시만 해도 신선한 설정과 MZ세대 여성 출연자 중심의 캐스팅으로 주목받았다. 태국을 배경으로 멤버들이 '달나라 토끼 토롱이'를 추격한다는 가상 세계관을 입힌 이색 버라이어티였고 이은지·미미·이영지·안유진 네 출연자는 나영석 PD와 '여고의 텐션을 감당하지 못하는 남자 선생님' 케미로 신선한 재미를 줬다. 시청률은 2~3%대에 머물렀지만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비드라마 TV 화제성 프로그램 부문에서 4주 1위, 개인 부문에서 안유진이 2주 1위를 차지하는 등 OTT·SNS 화제성은 압도적이었다.


인기에 힘입어 진행한 시즌2는 핀란드와 발리로 무대를 넓혔고 한국갤럽이 2023년 5월 조사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전체 8위, 예능 부문 2위를 차지하는 등 여성 중심 예능으로선 유례없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같은 인물, 비슷한 게임, 반복되는 세계관 구조는 조금씩 시청자에게 익숙함을 넘어 고정된 공식을 보는 느낌을 남겼다.


아부다비와 포르투갈이라는 새 무대에도 불구하고 올해 방영된 시즌3는 결정적인 피로감을 안겼다. 멤버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프로그램 세계관을 시즌 3까지 이어오며 '토롱이 추격전'은 또다시 반복됐고 예능적 요소가 많이 사라진 상황에서 남은 건 출연자들의 여행 브이로그 느낌이다. 심지어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하다'에 몰입하고 토론하는 장면은 해외 로케이션이 필요한지 의문을 남긴다. 결국 10회 시청률은 시리즈 사상 첫 1%대(1.912%)로 추락했고 11회를 끝으로 조기종영했다.


2025년에도 나영석표 여행 예능은 변함없이 이어졌지만 그 안의 웃음은 점점 익숙해졌다. 같은 얼굴, 같은 구조, 같은 리듬 속에서 반복되는 '아는 맛'은 예측 가능한 공식처럼 소비됐고, 이를 결정적으로 '지구오락실'이 보여줬다.


ⓒ티빙

반면 10월부터 방송 중인 '콩콩팡팡(콩 심은 데 콩 나서 웃음팡 행복팡 해외탐방)'은 기획과 운영 면에서 확연히 다른 방향을 제시했다. 이광수, 도경수, 김우빈이 출연하는 이 프로그램은 '콩콩팥팥(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콩콩밥밥(콩 심은 데 콩 나고 밥 먹으면 밥심 난다)' 시리즈의 연장선으로 제작사 에그이즈커밍의 가상 사내 법인 'KKPP푸드' 직원들이 성과 보상 차원의 해외 문화탐방을 떠나는 이야기다.


이들은 앞선 시리즈에서 직접 밭농사에 도전하고 에그이즈커밍 구내식당을 운영해왔는데, 이를 통해 제작비 절감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왔고 이번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제작비를 마음껏 써보고 싶다는 목표 아래 탐방 계획서를 제출했다. 이 서사는 출연자들이 왜 해외에 가야 하는 지에 대한 명확한 동기를 제공하며 기존 여행 예능이 반복해온 '호화 여행' 프레임과는 선을 긋는다.


탐방은 연예인의 여행이 아니라 회사의 출장이라는 설정에 따라 운영된다. 출연자들은 사비를 쓸 수 없고 정해진 예산 한도 내에서만 경비를 집행해야 한다. 지출 내역은 모두 영수증으로 처리되며 에그이즈커밍 회계팀 직원이 외부 감사 역할로 참여해 실시간으로 예산을 점검한다. 이 설정은 프로그램 전반에 현실감을 더하고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도한다. 별도의 게임이나 미션 없이 여행은 출연자 자율로 흘러간다. 이들은 멕시코 현지를 탐방하며 음식 문화와 재료를 직접 경험하는데, 그 성과를 토대로 다음 시즌에서 KKPP푸드의 식당을 열겠다는 이야기를 가져가도 납득이 가능한 서사를 남겨뒀다.


'나영석 표 웃음'의 익숙해진 대중에게, '콩콩팡팡'은 기획의 명분과 현실적인 설정, 출연자 자율성이라는 세 가지 축을 내세우며 여행 예능이 가져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진짜 웃음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 더 화려한 세계관도, 더 많은 제작비도 아닌 왜 떠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었다.


이런 상황에서 '케냐 간 세끼'는 익숙함의 연장선일 수도,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2025년 한 해를 관통한 나영석표 여행 예능의 끝자락에서 이 프로그램이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이유를 증명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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