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가속·감속 VR 속 ‘중력-관성 재지향’ 기법 개발
인간 ‘중력 착각’ 원리 응용…비행·급강하 감각 구현
(상단 왼쪽부터) 김승준 GIST AI융합학과 교수, 김보천 석사과정생, 강성준·여도현·김광빈 박사과정생, 엄주원·박정주 석사과정생.ⓒGIST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김승준 AI융합학과 교수 연구팀이 차량의 가속·감속 움직임을 활용해 자동차 안에서도 비행기를 타는 듯한 상하 움직임을 느끼게 하는 가상현실(VR)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해당 기술을 적용하면 일반 차량 주행만으로도 하늘을 나는 듯한 체험이 가능해져 자율주행 시대의 엔터테인먼트·교육·관광 분야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의 차량 내 VR 기술은 차량의 위치·가속도 데이터를 그대로 반영해 수평 이동 중심의 체험만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방식은 멀미를 줄이는 데 도움됐지만 비행기·잠수함·롤러코스터처럼 상하 방향으로 움직이는 느낌을 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중력-관성 재지향(Gravitoinertial Retargeting)’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고안했다.
기술은 차량이 가속할 때 몸이 뒤로 젖혀지는 느낌, 감속할 때 앞으로 쏠리는 느낌을 VR 속 상승·하강으로 재해석해 사용자가 실제로는 도로 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마치 급상승·급강하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설계했다.
연구팀은 두 단계 실험을 통해 기술의 효과를 검증했다. 1단계 실험에서는 차량의 실제 가속도를 여러 비율로 변환해 참가자가 가장 사실적으로 느끼는 상하 움직임의 강도를 찾았다.
그 결과 이론적 계산치보다 약 두 배 과장된 수직 움직임이 가장 현실감 있게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단계 실험에서는 실제 도심 주행 중 VR 비행 시뮬레이션을 체험하도록 했다. 차량의 움직임과 최적 수직 변환 값이 정확히 맞아떨어질 때 참가자들은 높은 몰입감과 즐거움을 경험했고 멀미 수준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반면, 차량 움직임과 동기화되지 않은 임의의 상하 변환은 불쾌감과 멀미를 유발했다.
김승준 교수는 “연구는 차량 내 VR이 수평 이동에만 머물렀던 한계를 넘어 실제 수직 이동 없이도 비행·상승·하강 등 다차원적 체험을 가능하게 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대에는 엔터테인먼트, 교육·훈련, 테마파크형 체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차량의 좌우 기울임까지 반영해 도로 위에서 완전한 비행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VR 경험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현실과 가상 간 체화를 위한 소프트 로보틱스 및 감각지능 기반의 Actuated XR 시스템 개발 연구' 및 GIST-MIT 피지컬AI 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았으며, GIST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간의 공동연구사업 ‘인간중심 물리 시스템 설계를 위한 HCI+AI 융합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11일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및 가상·증강현실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대회인 ‘IEEE ISMAR(International Symposium on Mixed and Augmented Reality) 2025’에서 발표됐다.
한편 GIST는 이번 연구 성과가 학술적 의의와 함께 산업적 응용 가능성까지 고려한 것으로, 기술이전 관련 협의는 기술사업화센터 통해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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