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검체검사 제도 개편 재정비
의협 “정부 방향성 존중…보상체계 마련해야”
김택우 의협 회장이 11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열린 ‘검체 검사 제도 개편 강제화 전면 중단 촉구 대표자 궐기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정부가 추진 중인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안을 둘러싸고 강하게 반대해온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최근 “정부의 방향성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2의 의료사태’를 경고하던 의협이 톤을 낮추면서 제도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열린 ‘2025년 검체검사수탁 인증관리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의협은 “검체검사 위·수탁 질 관리를 위해 위수탁기관별 수가를 신설하고 청구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정부의 방향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그동안 병의원이 검체를 채취해 외부 검사센터에 맡길 경우, 병의원 몫의 ‘위탁검사관리료’ 10%와 검사센터 몫인 검사료 100%를 모두 병의원에 지급한 뒤 병의원과 검사센터가 상호정산해왔다. 정부는 이를 수탁기관과 의료기관에 분리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의협은 정부의 제도 개편이 ▲1차의료기관의 역할 약화 ▲검사 품질 저하 ▲환자 안전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하게 비판해 왔다. 지난 11일과 16일에는 정부세종청사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잇따라 궐기대회를 열고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합법화 ▲성분명 처방 ▲검체검사 제도 개편 등 이른바 ‘3대 악법’ 철회를 촉구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은 16일 열린 궐기대회에서 “정부가 지금처럼 검체검사 개악을 의료계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그 끝에는 1차의료기관과 필수의료의 몰락만이 있을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가 우리의 마지막 외침을 외면한다면 강력한 총력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 ⓒ데일리안DB
하지만 하루 뒤 열린 회의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양측은 제도 개편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이루고, 위·수탁기관별 수가 신설 등 세부 추진 방향을 조율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기관별 수가 신설을 통해 청구방식을 개선하고, 환자 불편 최소화와 개인정보·검체 관련 법령 준수, 위·수탁기관 행정부담 완화 등을 목표로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검체 채취 등 검사료와 보상영역이 중첩되는 위탁검사관리료는 폐지하고, 검사료 내에서 위·수탁기관별 수가를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의료계 역시 “질 관리 강화를 위한 제도 정비 필요성 자체는 인정한다”며 일부 공감대를 표했다.
의협은 “의료계 다수는 원칙적으로 현재와 같이 시장 논리에 따라 상호정산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대승적 차원에서 검체검사 위수탁 질 관리를 위해 위수탁기관별 수가를 신설하고 청구체계를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방향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다만 “제도개편으로 인해 영향을 많이 받는 1차의료기관, 필수진료과가 수용 가능한 보상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반드시 노력해 주기 바란다”며 내년 상대가치 개편 시 의료계와의 충분한 협의를 요청했다.
의협이 ‘정부 방향성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협상 테이블은 재가동될 전망이나 위·수탁 수가 조정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의협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의료계가 반발했던 핵심 이유는 상호정산 구조에 대한 논의와 정부·의료계 간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의료계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제는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비로소 협의가 시작된 단계”라며 “검체검사 위·수탁의 질 관리를 위한 개편 방향성 자체에는 의료계도 동의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복지부는 향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및 질 관리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청구방식 개편 및 질 관리 개선 등을 이행해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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