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 달러'까지 추가 하락 경고 속 '단기 조정' 반론 팽팽
현물 ETF·거래소 자금 동시 유출
17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비트코인이 심리적 주요 지지 구간인 10만 달러를 이탈하면서 시장 불확실성도 요동치고 있다. 지난주 마지막 미국 증시 거래일인 14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7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이 순유출된 데 이어 주요 거래소에도 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물량이 유입, 추가 하락 공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가격을 두고 '본격적인 약세장 진입'이라는 비관론과 '강세장 속 건전한 조정'이라는 낙관론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17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40분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 같은 시간보다 0.36% 하락한 9만5285 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지난 14일 10만 달러를 하회, 현재까지 9만 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엇갈리는 바닥 전망…8만3500 달러 vs 7만5000 달러
10만 달러 선이 무너지자 시장의 관심은 다음 지지 구간에 쏠리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전문매체 비인크립토는 복수의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첫 번째 지지 구간을 9만2000~9만5000 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최근 6~12개월간의 채굴 원가 및 ETF 유입 가격대와 일치하는 구간이다. 하지만 하락세가 심화될 경우 8만5000~9만0000 달러를 거쳐, 최악의 경우 7만5000~8만2000 달러 구간을 리테스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과거 사이클 고점 대비 35~40%의 조정폭에 해당한다.
가상자산 대출 회사 레드엔(Ledn)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존 글로버도 "23.6% 피보나치 되돌림 수준인 10만 달러가 뚫렸기 때문에 다음 주요 지지선인 8만4000 달러까지 열려있다"고 분석하며 내년 여름까지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알리 마르티네즈 온체인 분석가 역시 "비트코인이 일정 기간 갇혀 있었던 채널을 하방 이탈하며 8만3500 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진단해 8만 달러 초반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약세장 진입 vs 중간 조정…팽팽한 갑론을박
현재 하락의 성격을 두고 전문가들의 진단은 극명하게 갈린다.
온체인 데이터 기업 크립토퀀트(CryptoQuant)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줄리오 모레노 수석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이 365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지면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상황이 바뀌려면 수요, 투심, 자본 흐름이 완전히 반전돼야 한다"며 사실상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반면 같은 크립토퀀트의 기고자 크레이지블록(CrazzyBlockk)은 "현재 단기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는 5~13% 수준"이라며 "약세장 진입 신호로 여겨지는 패닉셀(손실 20~40%)과는 거리가 먼 '중간 조정'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최고경영자(CEO)는 "6~12개월 전 비트코인을 매수한 투자자들의 평균 매입 가격인 9만4000 달러 지지 여부가 약세장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며 성급한 결론을 경계했다.
얼어붙은 투심 속 '거래소 입금' 변수
시장의 투심은 차갑게 식고 있다. 가상자산 소셜 데이터 분석 업체 샌티멘트(Santiment)는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비트코인 바닥' 언급이 급증했다"며 "모두가 바닥이라고 말할 때 '진정한 바닥'이 나올 가능성은 낮으며 과거 데이터를 볼 때 추가 하락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얼어붙은 투심은 실제 자금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0월 말부터 현재까지 바이낸스 거래소로만 약 35억 달러(5조1076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이 입금됐다. 크립토퀀트의 다크포스트(Darkfost)는 "투자자들은 매도를 준비할 때 거래소로 입금한다"며 "이러한 대규모 입금은 실질적 공포를 반영하며 이 매도 물량이 소화되기 전까지 시장은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기관 자금 흐름에서도 마찬가지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총 5억273만 달러(약 7317억원)가 순유출됐다. 특히 시장을 주도하던 블랙록 IBIT에서만 4억7372만 달러가 빠져나가며 하락세를 부채질했다.
다만 거시경제 변수가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래스노드 공동 설립자가 운영하는 X(옛 트위터) 계정 네겐트로픽은 "미국 셧다운 해제로 재무부 일반계정(TGA)에서 약 1500억 달러 규모의 유동성이 풀릴 것"이라며 "2019년 셧다운 당시에도 유동성 정상화 12일 만에 비트코인이 반등했다.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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