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서 읽힌 K-게임 진화…'IP·콘솔·소통' 키워드 부상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입력 2025.11.17 13:56  수정 2025.11.17 14:11

지스타 2025, 20만명 찾으며 대장정 마쳐

글로벌 확장…모바일→PC·콘솔로 지평 변화

검증된 IP 적극 활용…유저 소통형 콘텐츠 多

산업 지평 변화 속 지스타 정체성 재정립 필요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25'가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됐다.ⓒ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25'가 한국 게임산업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드러냈다. 검증된 IP(지식재산권) 활용 증가, 콘솔·PC로의 플랫폼 다변화, 이용자 소통 강화라는 세 가지 흐름이 두드러졌다. 단순한 신작 공개의 자리를 넘어, 한국 게임사들이 어떤 방향으로 산업의 무게추를 이동시키고 있는지가 읽혔다는 평가다.


17일 지스타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스타 2025는 4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전날 폐막했다. 올해 행사에는 나흘간 약 20만2000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직위원회는 지난해까지는 일별 관람객을 집계해 발표해 왔으나, 올해는 행사 기간 전체 관람객만 발표했다. B2B(기업간거래) 바이어는 2190명이 현장을 찾았다.


게임사 중에는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웹젠, 그라비티, 위메이드커넥트 등이 부스를 내고 신작을 공개했다. 구글코리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반다이남코, 세가 등도 부스를 꾸리고 이용자 체험형 공간을 조성했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13~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25'에서 신작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를 최초 공개했다.ⓒ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올해 지스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검증된 IP'에 대한 의존도 증가다. 높아지는 개발비와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 등 실패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뚜렷해졌다.


엔씨소프트는 현장에서 소니의 '호라이즌' IP를 활용한 신작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를 공개했다. 전 세계에서 4000만장 가까이 판매된 흥행 IP다. 크래프톤은 일본 포켓페어의 '팰월드'를 활용한 신작 '팰월드 모바일'을 출품했다. 지난해 스팀(PC 플랫폼)에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로 출시 후 1년 만에 누적 이용자 3200만명을 기록한 게임이다.


넷마블은 글로벌 누적 조회수 143억회를 기록한 웹툰 IP '나 혼자만 레벨업'을 기반으로 하는 로그라이트 신작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넷마블은 지난해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를 출시해 약 10개월 만에 글로벌 이용자 6000만명을 확보하는 등 성과를 거둔 적 있다.


이러한 경향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개발 리스크를 통제하기 위한 구조적 선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의 플랫폼 전략이 모바일·PC에서 콘솔로 확대되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모바일 게임에 강점을 가진 국내 게임사들의 특성상 이전까진 모바일 출품작이 대부분이었으나, 올해는 주요 대작들이 콘솔과 PC를 전제로 개발되고 있었다.


엔씨소프트의 '신더시티'는 PC·콘솔 동시 출시가 목표이며,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도 소니와 콘솔 출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의 '프로젝트 이블베인'은 PC·콘솔 기반 협동 액션 게임, '몬길: 스타 다이브'는 모바일·PC·콘솔 기반 서브컬처 액션 RPG(역할수행게임)다.


콘솔 기기 보급 비중이 높은 북미와 유럽 등 서구권 시장 공략을 위해선 필수적인 변화라는 산업적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차기작들이 고사양을 기본으로 제작되는 만큼 시연 장소에 하이엔드 PC를 비치해 놓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엔씨소프트는 삼성전자, 엔비디아, MS, 인텔 등 게이밍 하드웨어 및 테크 기업들과 협력했다. 넷마블은 삼성전자 무안경 3D 모니터 '오디세이 3D', 갤럭시S25 울트라, UMPC(초소형 PC) 'ROG Ally X' 등을 제공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왼쪽)이 지난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25' 현장을 찾아 관람객들과 소통하고 있다.ⓒ넷마블

올해 지스타 현장에서는 이용자 참여형 콘텐츠와 실시간 소통 요소가 전보다 크게 확대됐다. 단순히 신작 홍보용 시연을 넘어 ▲개발자와의 소통 ▲토크 및 Q&A 세션 ▲스트리머 협업 ▲미션 이벤트 등을 통해 이용자 경험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신작 출시 전 팬덤 확보와 함께 출시 후 게임의 성패가 이용자와의 소통 및 피드백 반영에 의해 좌우되는 사례가 늘어난 데 따른 변화다.


출품사 중에는 넷마블이 출품작마다 인플루언서 이벤트, PD 토크쇼, 무대 이벤트 등을 가장 활발히 전개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도 지스타를 방문해 이용자와 소통하는 등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방 의장은 "게임산업의 미래는 결국 이용자와 함께 호흡하고 공감하는 현장에 있다"며 "유저와의 직접 소통이 곧 혁신의 출발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사들의 글로벌 진출이 본격화되며, 지스타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참가사 구성과 출품작, 현장 콘텐츠에서도 지스타의 위상이 예전만 못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대형 게임사들은 신작의 첫 공개 무대를 독일 '게임스컴', 미국 '서머 게임 페스트', 일본 '도쿄게임쇼' 등 글로벌 쇼케이스에 배치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해외 게임전시회에 더 많은 자원과 전략적 무게를 두는 것이다. 지스타 참가사 중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역시 게임스컴 전야제인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에서 출품작 일부를 공개한 바 있다.


올해 해외 게임쇼에 참여했던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컴투스, 카카오게임즈 등은 전부 이번 지스타에 불참했다. 대형 게임사들의 방문이 줄며, 그 자리를 인디게임으로 채운 모습이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며 해외 게임쇼의 전략적 중요도가 높아지고, 그렇기 때문에 지스타 참가사가 상대적으로 줄은 것 같다. 단순히 흥행 부진으로 해석하기보단 산업 지형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지스타 역시 정체성을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며 "플랫폼 전환과 글로벌 확장 속에서 지스타가 어떠한 차별성과 목적성을 확보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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