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범죄수익 7800억' 민사 환수 가능 주장 현실성 있나? [법조계에 물어보니 685]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입력 2025.11.13 02:58  수정 2025.11.13 05:33

형사재판 판결 근거 제시…손해액 입증 쉽지 않을 전망

'손해배상 책임·손해액 산정' 법리다툼…승소 낙관 못해

법조계 "추후 특별법 제정 통해 해결하는 것도 한 방법"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포기로 7800억원대에 달하는 범죄수익금 환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민사소송을 통해 환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법조계에선 현실성 없다는 관측이 우세한다.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 책임의 주된 근거로 형사재판의 판결이 제시될텐데 항소포기로 인해 손해액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에 특별법 제정 등을 모색해야 한단 의견마저 제기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장동 항소포기 사태'와 관련해 대장동 민간업자 5인(유동규·김만배·남욱·정영학·정민용)의 형사 처벌과 별개로 이들이 챙긴 7800억원대 범죄 수익을 환수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장동 민간업자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2014~2015년 성남시와 유착해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대장동 개발사업 이익을 1830억원만 배당해 성남도공에 최소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공모해 성남시와 성남도공의 내부 비밀을 이용 총 7886억원의 부당이익을 거뒀다고 보고 이해충돌방지법 혐의를 적용했다. 내부 정보인 대장동 개발사업의 사업방식 및 공모일정, 서판교터널 개설, 공모지침서 주요 내용 등을 이용해 대장동 개발사업의 택지분양 배당금과 공동주택 분양이익을 취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대장동 민간업자 5인의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공소사실에 기재된 서판교터널 개통 등을 비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473억원만 추징금으로 선고했다.


이후 검찰이 이같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며 2심에서 추징할 수 있는 범죄수익 상한이 473억원으로 제한되게 됐단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범죄수익 환수를 자신했다.


정 장관은 지난 1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도어스테핑(약식 문답)에서 "피해자인 성남도공이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민사소송에서 (부당이익이) 입증돼 범위가 명확히 판단되면 환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사소송에선 소송을 낸 쪽이 피해액수를 직접 증명해야 한다. 성남도공을 통해 민사소송을 진행해 온 성남시는 검찰이 기소한 배임 손해액 4995억원을 포함해 소송액을 확대할 방침이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사진 왼쪽)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그러나 법조계는 손해액 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애초부터 검찰의 항소포기로 대장동 사건 항소심에서 피해액을 계산 받을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에서 손해액이 인정되지 않았는데, 철저한 손해액 입증이 필요한 민사소송에서 새롭게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단 지적이다. 실제로 성남도공 역시 당초 대장동 형사 재판에서 손해액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검찰의 항소포기로 손해액 환수 난항에 우려를 표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민사소송으로 (범죄수익 7886억원을) 전액 환수하는 것은 쉽지 않을 듯 하다"며 "민사소송에서도 관련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내용은 바로 증거로 할수는 없어도 유력한 증거로서의 역할을 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달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손해배상 책임 문제와 손해액 산정 등에 대한 치열한 법리다툼을 예상할 때 성남도공이 민사소송에서 승소해 손해배상을 받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에 특별법 제정 등 다른 방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단 의견도 제기됐다.


또 다른 변호사는 "(대장동 사건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고, 대장동 민간업자들에 대한 국민적 법감정이 좋지 않기에 추후 특별법 등의 제정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재 국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당의 입장에서 이러한 특별법에 대해 찬성을 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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