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엔비디아 '블랙웰' GPU 5만장 확보
보스턴다이내믹스 중심 '피지컬 AI' 적용 확대
기업 가치 상승 전망…IPO 시기 빨라질지 주목
정의선, 22% 지분 활용해 경영 안정성 확보 가능성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2년 1월 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 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와 '피지컬 AI(Physical AI)' 기술 협력에 나선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그룹 내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기업가치가 단숨에 끌어올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경영권 승계 구도에서 '키(Key)'로 꼽혀온 만큼, 이번 협력이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 정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의 촉매가 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4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 '블랙웰' GPU 5만장을 확보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차, 로보틱스, 스마트공장을 통합하는 'AI 팩토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피지컬 AI 적용을 확대한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 함께 약 30억 달러(약 4조3000억원)를 투자해 ▲엔비디아 AI 기술센터 ▲현대차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피지컬 AI 데이터센터 등 3대 거점을 국내에 설립할 예정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보행·균형·관절 제어 등 기구 역학 기반의 하드웨어 기술력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지만, 대규모 데이터 학습 및 연산 능력 면에서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이에 엔비디아의 피지컬 AI와 고성능 칩이 탑재되면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구조 ⓒ하나증권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재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정 회장의 경영권 승계 구도로 향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장(IPO)이 성사될 경우 정 회장은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띠고 있다. 정 회장이 그룹의 실질적 지배권을 완성하려면 현대모비스 지분 확대가 필수적이지만, 추산되는 필요 자금만 6조원 이상에 달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자금 확보 방안으로는 ▲현대글로비스 지분(20%) 매각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재추진 등이 거론돼 왔다. 그러나 전자(前者)는 그룹 물류 핵심 축인 글로비스의 지배력 약화 우려, 후자(後者)는 시장 환경 부진과 상장 일정 불투명성 탓에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다.
결국 보스턴다이내믹스 IPO가 가장 안정적이고 유력한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재 현대차그룹이 65.7%의 지분을 보유, 정 회장이 21.9%를 개인 보유하고 있다. 만약 상장이 성사될 경우 정 회장은 자신의 보유 지분을 일부 또는 전부를 매각함으로써,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그룹 차원의 지분 구조가 안정적으로 형성돼 있어, 개인 지분 매각 시에도 최대주주 지위에는 변동이 없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상수 iM증권 연구원은 "현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순환출자 구조를 띄고 있다"며 "향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확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현금 조달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시점에서 6~8조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는 현금을 조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 후 약 20% 수준의 정 회장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2년 1월 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를 마친 뒤 마크 레이버트 보스턴 다이내믹스 회장과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연합뉴스
이번 엔비디아 협력은 기술적 성장뿐 아니라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전략적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를 흔들지 않으면서 개인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복잡한 과제를 안고 있다"며 "보스턴다이내믹스 IPO는 기술 혁신과 경영권 승계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카드''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장 시점을 저울질해 온 가운데, 이번 엔비디아 협력을 계기로 IPO 추진이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IPO를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수익성 문제 때문이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으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술 경쟁력과 기업가치가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그룹 내부에서도 상장 환경이 무르익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할 수 있어, 보스턴다이내믹스 IPO 추진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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