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정비사업 첫 ‘10조클럽’ 목전…시장 위축은 ‘걸림돌’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5.10.30 16:51  수정 2025.10.30 16:52

장위15구역 무혈입성 예고…건설사 첫 누적수주 10조 달성

미분양 리스크 적은 서울·수도권 중심 선별수주 전략 강화

10·15 대책, 정비사업 동력 약화…업계 수익성 악화 우려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사옥 전경.ⓒ뉴시스

현대건설이 국내 도시 정비사업 수주시장에서 역대 최대 실적과 함께 사상 최초 ‘10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 속에서도 역대급 수주 실적을 챙긴 셈인데 연이은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대책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30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올해 정비사업 누적 수주는 이날 기준 8조6878억원 수준이다.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자잿값·인건비 상승 등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재개발·재건축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결과다.


지난 3월 부산 연산5구역 재건축을 마수걸이 수주한 데 이어 서울 장위9구역, 개포주공6·7단지, 미아9-2구역, 압구정2구역 등 서울 도심 내 굵직한 정비사업 시공권도 확보했다.


내달 장위15구역 재개발 시공권까지 따내면 건설업계 처음으로 10조 클럽에 진입하게 된다. 장위15구역은 총 공사비 1조4600억원 규모로 현대건설은 앞서 두 차례 진행된 시공사 선정 입찰에 모두 단독으로 참여한 바 있다.


조합은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고 11월 29일께 총회를 개최하고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현대건설의 시공사 선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지난 2022년(9조3305억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연간 실적 달성이 기대되지만 업계 안팎에선 시장 불확실성 증대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정책이 추진되면서 정비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재명 정부 첫 부동산 정책이었던 6·27 대출 규제에 이어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으로 규제가 한층 더 강화되면서 재건축·재개발 추진에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뉴시스

특히 이번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묶이면서 종전 대비 대출 문턱이 더 높아졌다. 또 집값에 따라 대출 한도가 2억~최대 6억원까지 차등 적용되면서 정비사업 추진에 따른 조합원 분담금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부터,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된단 점도 걸림돌이다. 2주택자 이상인 경우에는 1가구만 입주권이 나오고 나머지 1가구는 강제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기존 주택 처분을 계획하던 조합원들 가운데 자금 여력이 부족하거나 졸지에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 조합원들은 정비사업 추진에 반대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다.


정비사업 속도 저하는 결국 건설사의 실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미분양 리스크가 큰 지방 대신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선별 수주 움직임을 보여온 탓에 정비사업 비중이 클수록 사업 지연에 따른 타격도 클 수 밖에 없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대책으로 수도권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대형건설사의 사업 기반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한신평은 “해당 지역의 잠재적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주택 매매가격 상승세가 둔화하거나 하락 반전할 경우, 최근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성 이슈를 겪는 정비사업을 비롯한 민간 개발사업 진행이 지연될 수 있다”며 “2023년 이후 주택 공급 물량 축소의 영향으로 매출 규모가 감소세로 전환한 건설사들의 매출 공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력이 받쳐주는 서울 강남권 등 상급지 일부를 제외하면 정부 정책으로 대다수 재개발·재건축 추진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조합이 사업 추진에 부담을 느끼고 인허가 및 착공이 늦어지게 되면 건설사의 자금 흐름이 막히는 등 연쇄 악순환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건설사 입장에선 서울·수도권 일대 알짜 수주 물량을 놓칠 수도 없고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마진을 최소화하거나 손해 보고 장사할 수도 없는 상태”라며 “정부는 집값 안정과 공급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반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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