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황기 본격화…글로벌 기업, 고급 엔지니어 영입 사활
업황 반등·기술 트렌드 변화가 인재 확보 경쟁을 자극해
마이크론, 韓반도체 인력 스카우트…연봉 인상 조건 제시
삼성·SK하이닉스, 국적 가리지 않고 인재 모시기에 집중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라인ⓒ삼성전자
세계 반도체 시장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칩의 가파른 수요 확대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한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 전선이 '기술력 확보'에서 '인재 확보'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우수 엔지니어 영입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R&D(연구개발) 투입을 위한 석·박사급 및 경력직 확보에 집중하고, 해외 기업은 한국 반도체 인력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스카우트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들 기업은 국적을 가리지 않으며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3위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은 한국인 반도체 인재 확보에 적극적이다. 연말 국내 주요 대학에서 채용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는 HBM(고대역폭메모리) 개발·생산 인력 보강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마이크론은 헤드헌터를 통해 국내 엔지니어들에게 연봉 인상 조건을 제시하며 이직을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이달 '10월 월간 하이닉스 탤런트'를 통해 경력직 채용 절차를 진행했다. HBM 회로 설계, 설계 검증, 설루션 설계 등 10개 직무다. 올해 9월에는 세 자릿수 신입사원 채용을 실시한 가운데, 지난 8월에는 국내 주요 대학에서 'SK하이닉스 테크 데이(Tech Day)' 행사를 열며 반도체 인재들과 직접 교류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인도 벵갈루루의 반도체 연구거점(SSIR)에서 시스템온칩(SoC)·메모리·펌웨어·드라이버 등 핵심 설계 인력을 경력 채용 중이다. 상반기에는 대만에서 2년 이상 메모리 반도체 경력을 보유한 엔지니어를 채용했고, 미국 텍사스 테일러와 오스틴 공장에서도 대규모 채용을 병행하고 있다. 아울러 하반기 국내 신입사원 공개 채용도 진행 중이다.
이같은 행보는 업황 반등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3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침체기를 지나 올해 들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호황기가 최소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는 슈퍼사이클 초입인 현 시점에서 인재 확보가 선행돼야 성장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기술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인재 확보 경쟁을 자극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설계는 고객 맞춤형 커스터마이징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표준화된 설계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이로 인해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역량을 두루 갖춘 종합 설계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HBM이 세대를 거듭할 수록 필요한 역량도 더욱 커지고 있다"며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유능한 인재가 확보돼야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AI 시대가 개화하면서 어느때보다 기술 경쟁이 심화됐는데, 기술은 결국 사람에 의해서 결정된다"며 "앞으로는 공정 미세화만큼 인재 선점이 시장의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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