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혁명’ 실손24, 1년 만에 2단계 앞뒀지만 체감 제로

김민환 기자 (kol1282@dailian.co.kr)

입력 2025.10.23 06:55  수정 2025.10.23 06:55

2단계 확대 참여 의사 3% 수준

의료계 “설치비 부담·실효성 의문”

국감서도 도마…정부 “복지부와 협의”

정부가 ‘실손보험 청구혁명’을 외치며 야심차게 추진한 ‘실손24’ 서비스가 도입 1년이 지나도록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정부가 ‘실손보험 청구혁명’을 외치며 야심차게 추진한 ‘실손24’ 서비스가 도입 1년이 지나도록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병·의원 참여율은 여전히 저조하고, 소비자 이용률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 현장에서는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10월 도입한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 서비스 ‘실손24’는 1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현장 체감도가 낮은 가운데 오는 25일 의원·약국을 대상으로 한 2단계 확대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실제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전체의 3% 남짓에 불과하다. 지난해 1단계(병원급·보건소 대상) 시행 당시에도 참여율이 기대에 못 미쳤다.


실손24는 보험개발원이 운영하며, 의료기관이 전송한 자료를 보험사로 중계하는 구조다. 환자가 병원 방문 후 받은 진료비 영수증과 서류를 일일이 보험사에 제출하지 않아도, 병원이 보험사로 관련 서류를 전산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청구 절차를 간소화해 소비자 편익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전국 4200여 병원급 의료기관 중 약 1000곳(25%)만이 이를 도입한 상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의 구상과 달리 시스템 구축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현장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서두르다 보니 병·의원은 시스템 설치비와 행정 부담을 떠안게 됐다”며 “의료데이터를 보험사로 직접 전송하는 구조 자체가 개인정보 보호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에서도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치비용 일부를 보전해 준다고 해도 EMR(전자의무기록) 업체들은 추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며 “비급여나 간병 등 자체 수익이 있는 병원은 참여 유인이 있지만, 의원·약국은 설치비 대비 얻는 효과가 거의 없어 참여가 더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원회 주관 사업이다 보니 의료기관에 참여를 강제할 제도적 수단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실손24 앱에 연계된 병원이 적어 소비자의 사용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보건복지부와 협의하거나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병의원 등 참여를 늘릴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실손24 앱 가입자는 약 200만명 수준으로, 이 중 1회 이상 보험금을 청구한 이용자는 30만여명, 2회 이상 이용자는 14만여명에 그친다.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약 4000만명)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정부는 제도 확산을 위해 병·의원·약국에 신용보증기금 보증부 대출 보증료 감면, 일반보험 보험료 할인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실손24 이용 소비자에게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지급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예산 투입 대비 실질적 효과는 여전히 미미하다”고 평가한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매년 수천억원의 미청구 실손보험금이 발생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단순 홍보나 인센티브보다 병·의원 현장의 구조적 제약을 해소할 제도 설계가 먼저”라며 “정부는 사업 성과를 단순 참여율이 아닌 실질 이용률과 편익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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