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틀어막자 차로 돈 빌린다"…저축은행 '차담대' 급증 [늘고늘고…금융불안②]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5.10.23 07:15  수정 2025.10.23 07:15

저축은행 여신 잔액 94조2660억원…8개월 만에 증가세 전환

차담대 수요 증가 영향…6.27 대책 이후 일평균 5636건 신청

업계 "규제 이후 DSR 미포함 대출 수요 늘어…상품 문의 증가"

전문가 "취약층 대출 창구 역할 커졌지만…부실 가능성 커져"

이재명 정부의 '대출 옥죄기'가 곳곳에서 왜곡된 풍선 효과를 낳고 있다. 집값과 가계부채를 잡겠다며 규제를 강화했지만, 정작 시장은 더 불안해진 모양새다. 1금융권 문턱은 높아졌고, 서민은 2금융권으로 내몰렸다. 일부는 2금융권마저 막히면서 제도권 밖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맞았다. 은행이 막히자 자동차를 담보로 돈을 빌리고, 집을 막자 주식으로 '빚투' 하는 현상이 번지고 있다. 정책의 칼날은 아직까지 과열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 실수요자와 서민의 숨통만 조이고 있다. 데일리안은 대출 규제가 불러온 '늘어가는 금융 불안'의 그림자를 4편 기획으로 집중 파헤쳐 본다. [편집자주]


저축은행업권 여신 잔액이 8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저축은행권 여신이 8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신용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대출이 쉬운 차담대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차담대 특성상 담보 안정성이 낮아 금융사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전체 여신 잔액은 94조2660억원으로 전월(93조8627억원) 대비 4033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여신 규모는 지난해 12월(97조9462억원) 이후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다 8월 들어 증가세로 전환했다. 업권의 차담대 취급 확대와 중저신용자 대출 수요 증가가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차담대는 차주가 보유한 자동차의 담보가치를 기반으로 자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중고차나 할부 차량도 포함되며, 신용대출보다 심사 문턱이 낮고 대출 이력이 있더라도 비교적 높은 한도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신용점수만으로는 충분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차주들이 자동차를 담보로 한도를 늘리기 위해 차담대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저축은행업권은 '6·27 규제'로 신용대출 취급 축소가 불가피해지자 차담대 상품을 취급을 확대했다. 차담대는 신용대출이 아닌 '기타 대출'로 분류돼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올해 8월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전체 여신 잔액은 94조2660억원으로 전월(93조8627억원)으로 집계됐다.ⓒ데일리안 박상우 기자

이미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등 대형사를 비롯해 다수 저축은행이 차담대 상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개별 저축은행마다 한도는 7000만원~1억원 수준으로 차이가 있다.


차담대 수요 증가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6·27 대책 다음날부터 2개월 동안 저축은행이 받은 개인 자동차담보대출 신청은 24만8000건에 달했다.


일평균 5636건으로, 올 1~5월 평균 2230건 대비 약 2.5배에 이른다. 같은 기간 일평균 대출 취급액도 67억9000만원에서 84억9000만원으로 약 25% 증가했다.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2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신용도가 비교적 낮은 차주들이 차담대로 몰린 것이다. 실제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일평균 취급 건수는 4930건에서 3614건으로 약 27% 감소했고, 상호금융 역시 500건에서 409건으로 약 18%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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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규제 이후 DSR에 포함되지 않는 대출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장에서도 차담대 상품 관련 문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신용대출이나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가 더 촘촘해지면서 DSR 규제를 직접적으로 적용받지 않는 상품을중심으로 수요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차담대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담대는 개인 신용점수에 차량의 평가 가치를 더해 한도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대출 이력이 있더라도 비교적 높은 한도로 자금을 받을 수 있고 신용대출보다 접근성이 높다.


문제는 자동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감가자산이라는 점이다. 담보 가치 하락 속도가 빠르면 채권 회수가 어려워지고, 차량 관리가 부실할 경우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교통사고나 파손 등 돌발 변수로 담보력이 떨어지면 금융회사가 직접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6.27 대출 규제 이후 신용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차담대 수요가 증가했다"며 "차담대는 금융사 입장에서 담보 확보와 회수 가능성 측면에서 메리트가 있지만, 최고금리 수준의 고금리 적용과 저신용 차주 중심이라는 점에서 연체 시 부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용대출 규제로 인해 차담대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서민 금융 취약계층의 대출 창구로서 역할이 커졌지만, 그만큼 금융사 부실 가능성도 커졌다"며 "정부 정책금융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차담대의 부실 우려는 중저신용자 금융 접근성 문제와 맞물려 복합적인 금융 안정성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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