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기업 57% “15년 새 中기술에 따라잡혀”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10.21 12:00  수정 2025.10.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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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기술력이 중국 앞선다” 90% → 32%로 줄어

가격경쟁력도 뒤처져...85% “동일사양 중국산이 더 싸다”

대한상의 조사 결과, 중국 경쟁기업과의 기술경쟁력 수준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국내기업의 32.4%만이 ‘중국보다 기술경쟁력이 앞선다’고 답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가격 경쟁력만을 가진 중국산’, ‘대륙의 실수’는 옛말이 됐다. 가격경쟁력을 무기삼던 중국이 기술혁신을 거듭하며 양질의 제품으로 한국산 제조경쟁력을 빠르게 추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제조기업 37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K-성장 시리즈(4) 한·중 산업경쟁력 인식 조사와 성장제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 경쟁기업과의 기술경쟁력 수준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국내기업의 32.4%만이 ‘중국보다 기술경쟁력이 앞선다’고 답했다.


한-중 기업간 기술경쟁력 차이가 없거나(45.4%), 오히려 중국이 앞선다(22.2%)는 응답이 상당수였다. 2010년 동일한 조사에서 ‘한국기업의 경쟁력이 중국보다 높다’는 기업은 89.6%였다. 15년 새 국내기업의 57% 가량이 중국 기술에 따라잡히거나 추월당했다는 얘기다.


중국제품의 가격경쟁력은 압도적이었다. 한국제품의 상대적 단가 체감도를 물은 질문에 응답기업의 84.6%가 ‘우리 제품이 중국산에 비해 비싸다’고 답했다. 이중 ‘중국산 제품이 국산보다 30%이상 저렴하다’고 응답한 기업이 절반 이상(53%)을 차지했다.


업종별로 ‘30%이상 저렴한 중국산’ 응답은 디스플레이 업종이 66.7% 나왔고 이외에도 제약·바이오(63.4%), 섬유·의류(61.7%)에서 많이 나왔다.


실제로 WTO 산하기관인 ITC가 제공하는 트레이드 맵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반도체(메모리, HS코드 854232) 가격은 한국산의 65% 수준, 배터리(리튬이온 축전지, 850760)는 73%, 철강(두께 10mm 초과 후판, 720851)은 87%, 섬유·의류(면제품, 610910)은 7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한-중의 톤당 수출가격을 HS코드 6단위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한국이 강점으로 여겨온 제조 속도에서도 중국이 소폭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의 생산 속도와 중국 경쟁기업의 생산속도를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중국이 빠르다’는 답변이 42.4%로 ‘한국이 빠르다’(35.4%)는 답변을 앞질렀다.


중국 산업의 성장이 3년 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한국산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감소할 것’이란 답변이 69.2%를 차지했다. ‘한국기업의 매출도 줄어들 것’이란 응답 비중도 69.2%로 나왔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대한상의

대한상의는 한·중간 기술역전의 원인을 중국의 정부 주도 막대한 투자 지원과 유연한 규제에서 찾았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정부지원, 성장을 가로막는 폐쇄적 규제환경, 기업성장에 따른 역진적 인센티브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산업정책에 한해 인센티브 구조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상의는 “중국은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정부 주도 기금 등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 붓는 반면, 한국은 세액공제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공제율이 낮아지는 역진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짚었다.


둘째로 상의는 이미 중국의 양적, 질적 지원을 따라갈 수가 없다며 “지원형태도 나눠먹기 식의 재정투입에서 벗어나 ‘성장형 프로젝트’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감 이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도 성장형 프로젝트나 성장형 기업에 더 많은 재원이 투입되도록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자지원의 주체도 산업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기업 쪽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상의는 “현행법상 한국의 지주회사는 100% 자기자금으로만 투자해야하는 구조 때문에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해외의 우수 기술을 내재화하기 어렵다”며“글로벌 기술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일반지주회사가 GP(운용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방법론에 있어서도 ‘규제 Zero 실험장’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메가 샌드박스론을 제시했다. 중국은 우한시를 ‘지능형 커넥티트카 시범구’로 지정해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막대한 데이터를 축적하며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시쳇말로 ‘엔빵(1/N)보다는 몰빵’이라고 얘기한다”며 “한국 제조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을 인정하고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해 집중 지원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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