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혐의 첫 재판 열려
공소사실 모두 부인…특검팀과 신경전도
李측 "이미 벌어진 계엄…사고 대비 만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재판이 법정 촬영 및 중계하에 본격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7일 오전 이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위증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장관의 첫 정식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의 허가로 본격적인 재판 시작에 앞서 법정 내 언론사 촬영이 이뤄졌다. 재판 중계도 허용함에 따라 개인정보 비식별화 과정 등을 거쳐 추후 인터넷에 재판 과정을 담은 영상이 공개될 예정이다.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져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전 장관은 말끔한 남색 양복 차림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왼쪽 가슴엔 수용번호 '52'가 적힌 명찰을 달았다.
이 전 장관 측은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상계엄을 사전에 모의한 적이 없고 오히려 국무위원들과 함께 반대하며 만류했다고 이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계엄 선포는 이미 벌어진 객관적 사건이었다"며 "당시 행안부 장관으로서 필요한 일들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계엄법에 따라 계엄사령관 임명 후 언론에 대한 특정 조치가 취해질 수 있어 대비했다는 얘기다.
이어 "국헌문란을 위해 특정 언론사에 대해 단전·단수를 지시하지 않았다"며 "만에 하나 일어날 상황에 대해 대비하라는 취지의 말을 경찰과 소방에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정 등을 소방청장 등 관계 기관장에게 전달하며 시민 안전을 도모하게 한 것이 내란중요임무종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태원 사고 등을 경험한 끝에 혹시나 벌어질 수 있는 인명 피해를 걱정했다"며 "결과적으로 소방청에 비상계엄과 관련 어떠한 지시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원탁에서 이뤄진 국무회의에서 다른 국무위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 수는 없어 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했다.
나아가 특검이 수사 기간 이 전 장관에게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고자 언론사에 이른바 '자택 돈다발' 의혹을 흘렸다고도 주장했다. 변호인은 "특검이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전 특정 언론사에서 자택 거액 현금다발 의혹을 단독 보도하면서 단전·단수 의혹도 언급했다"며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오래된 검찰의 행태"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특검 측은 "마치 특검팀의 검사들이 언론에 보도하도록 만든 것처럼 말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어떤 경위로 돈다발이 발견됐는지 우리는 모른다"고 반박하며 "검찰이 과거에 이랬다저랬다 주장하는데 앞으로 증거도 없이 검찰을 욕하는 일은 없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사실상 방조한 혐의로 지난 8월 구속기소됐다. 경찰청과 소방청에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한 혐의도 있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전기나 물을 끊으려 한 적 없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증언했는데 특검은 이를 허위로 보고 위증 혐의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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