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디자인진흥원, 중국 가전기업에 정부 인증·홍보 지원 논란
10년간 GD 선정 해외제품, 전부 중국산
구자근 “한국시장 잠식 기업에 정부가 훈장 수여”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중국 가전기업에 정부 인증 마크를 부여하고, 홍보·전시 지원까지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부 지원 제도가 오히려 중국 기업의 내수시장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산업디자인진흥법에 근거해 시행 중인 ‘우수디자인(Good Design·GD)’ 상품선정 제도는 디자인이 우수한 제품에 GD 마크를 부여하고 온라인 홍보와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인증 프로그램이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매년 300~400개 제품을 선정하고 있다. 해외 기업 참여에도 별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의원(국민의힘·구미시갑)이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GD로 선정된 해외 제품 213개가 모두 중국 기업 제품으로 확인됐다.
국가에 제한이 없는 제도임에도 중국만 별도 공고를 하고, 2015년부터 2021년까지는 중국 현지에서 중국인 심사위원이 참여한 심사까지 진행된 사실도 파악됐다.
특히 선정된 213개의 중국 제품 중 86개(40.3%)가 중국 가전 3대 기업인 마이디어(Midea) 제품이었다. 마이디어는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경쟁하며, 최근 한국 시장에서도 저가 공세를 앞세워 점유율을 급속히 높이고 있다.
마이디어 제품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GD 인증 시상에서 한국디자인진흥원장상(동상), 국가기술표준원장상(동상) 등을 수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디자인코리아’ 전시회 참가 시 신청료 면제 혜택과 정부 온라인 홍보 지원까지 받아 국내 시장에서 제품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정부 인증이 오히려 공세적 중국기업의 홍보 플랫폼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구자근 의원은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중국 가전기업에 정부가 사실상 ‘훈장’을 수여하는 셈”이라며 “국내 산업 경쟁력 제고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우수디자인 제도 운영 방향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