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100미터.'가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하이큐' 시리즈로 대표되는 성공적인 스포츠 애니메이션의 계보를 이을 새로운 주자로 국내 극장가를 찾아온다.
앞선 흥행작들이 그랬듯, 이 작품 역시 속도라는 물리적 요소를 심리적 드라마로 치환한다. '슬램덩크'가 농구를 통해 청춘을 돌아보는 주제를 강화해 중년까지 타겟을 넓혔고, '하이큐'가 배구를 통해 소년들의 능력과 내적 성장을 담았다면, '100미터'는 경기의 승패보다 인물의 내면과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가장 단순한 스포츠인 100m 달리기를 인생의 은유로 확장하며, "우리는 왜 달리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오늘날 숨 가쁘게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현실을 마주하는 또 다른 방식을 제시한다.
영화는 선천적인 재능으로 압박감에 시달리는 토가시와, 현실을 잊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 코미야의 이야기로 소년기, 고등학생 시절, 성인기로 나뉘어 전개된다.
그들은 달리기를 통해 성장과 좌절, 경쟁과 우정의 감정을 겪고, 자신이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지를 끝없이 자문한다. 토가시와 코미야 외에도 아버지를 따라 육상에 뛰어든 니가미, 절대 강자 자이츠, 그리고 늘 자이츠의 그늘에 가려 살아온 카이도 등 주변 인물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인생의 트랙을 달린다.
각 인물들은 달리기를 통해 서로 다른 감정의 결승선에 도착한다. 코미야는 목표를 이룬 뒤 다음 결승선을 잃은 공허함에 괴로워하고, 자이츠는 완벽함의 상징이자 왕좌의 외로움 속에서 자신을 옥죈다. 니가미는 국가대표 아버지의 그림자 아래서 책임과 기대가 만든 두려움에 흔들리고, 토가시는 꿈 앞에서 맞닥뜨린 실패와 좌절 속에서 달리기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
이처럼 '100미터.'는 네 인물이 각자의 속도로 달려온 끝에, 모두 같은 질문 앞에 서는 과정이 촘촘하게 담겼다.
원작은 제26회 테즈카 오사무 문화상 만화대상을 수상한 작가 우오토의 동명 데뷔작이다. 연출을 맡은 이와이사와 켄지 감독은 "100m 달리기는 단 10초 만에 끝나지만, 그 안에 인생 전체를 담고 싶었다"고 말하며 극한의 단순함 속에서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그는 경기의 속도감만큼 스타트 전의 긴장과 결승선 이후의 여운에 집중해 인물의 내면을 깊이 있게 묘사했다. 총작화감독 코지마 케이스케는 로토스코프 기법을 활용해 실제 경주처럼 사실적인 움직임을 구현하며, 관객이 선수의 호흡과 땀, 심장의 박동을 느낄 수 있게 구현했다.
단 10초의 질주 안에 담긴 인간의 두려움과 용기, 그리고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가 이 작품을 단순한 스포츠 애니메이션이 아닌, 인생의 속도와 방향을 묻는 청춘의 기록으로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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