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처방 남용…실시간 제어로 막는다 [감시와 회복 사이③]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5.10.08 08:00  수정 2025.10.08 08:00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의료용 마약류가 통증 치료라는 본래 목적을 넘어 오남용 위험의 경계선에 서 있다. 진통제 형태로 처방되는 펜타닐이나 마약성 진통제의 무분별한 사용은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여러 병·의원을 돌며 반복적으로 처방을 받는 이른바 ‘의료 쇼핑’은 제도적 사각지대였다. 이를 막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도입한 제도가 ‘의료용 마약류 투약내역 확인 제도’다.


이 제도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마약성 진통제 등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하기 전에, 해당 환자의 지난 1년간 투약 이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일명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으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2020년 처음 도입됐으며, 현재 전국 병·의원 처방 소프트웨어와 연동돼 자동으로 작동한다.


특히 올해 6월부터는 ‘펜타닐 처방전 발급 전 투약내역 확인 의무제’가 시행되면서 관리 강도가 한층 강화됐다. ‘마약류관리법’ 개정에 따라 의사와 치과의사는 펜타닐 정제나 패치를 처방하기 전 반드시 환자의 투약내역을 확인해야 한다.


이 기능은 별도 조회 버튼을 누르던 이전 방식에서 발전해, 처방 소프트웨어 내 자동 팝업으로 표시되고 투약내역을 검토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제도 시행으로 변화는 즉각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제도 도입 이후 6개월(2024년 6월14일~12월13일) 동안 펜타닐 패치제 처방 환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4.4% 감소했고 처방 건수는 20.6%, 처방량은 14% 줄었다.


같은 기간 환자의 투약이력을 조회한 후 실제 처방을 하지 않은 비율도 12%에 달했다. 단순 처방 억제가 아닌, 불필요한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사전에 걸러내는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의료 현장의 참여도 빠르게 늘었다.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을 통한 투약 내역 조회 건수는 2020년 9931건에서 2024년 158만2244건으로 폭증했다. 조회에 참여한 의사 수도 276명에서 2만4124명으로 5년 새 80배 이상 늘었다. 그만큼 의료 현장 내 감시·통제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다는 의미다.


식약처는 이 제도를 ‘실시간 감시 기반의 마약류 안전관리 체계’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의료용 마약류는 통증 조절이라는 의료적 필요가 크지만 사용량이 누적될수록 중독 위험이 높아진다. 식약처는 향후 펜타닐 외에도 다른 고위험 의료용 마약류로 제도를 확대하고 실시간 처방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자료를 보면 의료용 마약류 처방 환자 수는 2020년 1747만명에서 지난해 2001만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처방량은 1억7510만정(개)에서 1억9266만정(개)으로 증가했다. 의료용 마약 사용이 꾸준히 확대되는 상황에서, 실시간 제어 시스템은 필수적인 안전장치로 평가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용 마약류의 남용을 사전에 차단하고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며 “의료진이 환자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마약류 처방이 오·남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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