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발표, 투자자에게 강력한 신호효과 줘 주가 상승 유도"
"자사주 소각, 주주가치 제고와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의 촉매"
"기업가치 향상에는 어떤 기여도 할 수 없을 것…성장동력 상실 우려"
"기존 주주 이익 훼손할 수도…신주발행 제도 준용되도록 제도 개선해야"
정부가 자사주 의무 소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 추진 의지를 거듭 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의무소각 시행 시 주가 상승 기대감이 커질 수 있겠지만 기업가치 향상에는 어떤 기여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결국에는 기업활동만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자기주식 소각 시나리오와 주당순이익(EPS) 개선 효과'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자사주 전량 소각 시 코스피는 약 84.3조원(시총 대비 3.1%), 코스닥은 약 9.2조원(시총 대비 2.1%) 소각 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소각 비중을 95%, 90%로 낮추더라도 코스피는 2.9% 내외, 코스닥은 약 2% 수준의 개선 효과를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시점에 재무적 효과가 마무리된다면서도 소각 발표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짚었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재무제표 차변에선 현금 감소가, 대변에선 자본 감소가 발생해 소각 여부와 무관하게 재무적 조치는 완료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자사주 소각 발표는 투자자에게 강력한 신호효과를 주어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특성이 있다"며 "자사주 소각은 단순한 EPS 개선을 넘어 주주가치 제고와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자사주 의무소각이 주주 이익과 기업 이익의 괴리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형민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연구팀 선임연구원은 '자기주식 의무소각 제도 도입안의 문제점과 대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자사주 소각이 주주가치 상승에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기업가치 향상에는 어떤 기여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이 저해되고 성장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주주환원은 시장에서의 경쟁력 악화, 연구개발(R&D) 투자 감소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애플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이윤보다 많은 자금을 빌려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는 등 주주환원에 주력해 왔다. 자사주 소각에 힘입어 주가는 치솟았지만 기술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사주 소각에 들이는 비용을 줄이고 R&D에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함께 전 선임연구원은 "자기주식 소각 후 회사가 긴급한 자금조달이 필요할 경우 신주 발행이 불가피해 오히려 기존 주주 이익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정이 불가피하다면 주요국 입법례와 마찬가지로 자기주식 처분 시 신주발행 제도가 준용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미국, 영국, 독일 등은 자사주 소각 의무가 없고 자사주 소각 의무 관련 사례로 제시되는 캘리포니아 등 미국 법규는 자사주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소각 절차를 밟으라고 하는 (상법)개정안과는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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