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대체제로 인기 끈 종이 빨대
환경에 더 나쁠 수 있다는 연구 나와
빨대 속 코팅, 환경·인체 모두 해로와
“사용량 줄이는 게 가장 중요”
바다거북 콧속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사진은 사람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사진 한 장은 인류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자연을, 특히 해양을 어떻게 오염시키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피해를 겪는 동식물들 모습은 그동안 인간에 의해 파괴된 자연을 상징했고, 인간의 무책임한 소비와 쓰레기 처리에 경각심을 일깨웠다.
거북이 콧속 빨대 사진은 친환경 빨대 열풍으로 이어졌다. 국내에서는 2022년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퇴출 결정이 이뤄지면서 종이 빨대로의 전환이 속도를 높였다. 종이 빨대는 입에 물리는 질감이 좋지 않다는 단점에도 친환경에 ‘진심’인 우리 국민은 빠르게 익숙해졌다.
결과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퇴출 계획이 백지화하면서 종이 빨대 보급 속도도 줄었지만, 여전히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중심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종이’니까 친환경이라 믿었는데 아닐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왔다. 민간 연구기관도 아닌, 정부 용역 결과에서 환경과 인체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안양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주)에코윌플러스가 환경부 용역을 받아 지난해 3월 제출한 ‘일회용품 저감정책 통계작성 및 관리방안’ 보고서를 보면, 연구진은 다양한 최근 연구 동향들을 종합해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과 종이 제품 모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며, 일회용 종이 제품도 환경에 긍정적이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이 종이 빨대가 환경 친화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한 원인은 빨대 내부에 플라스틱(폴리머) 코팅을 한다는 점이다. 폴리머 코팅을 한 종이 빨대는 사실상 생분해되지 않는다. 종이 성분을 회수하려면 코팅을 벗겨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종이 빨대는 일반 플라스틱 빨대와 똑같이 매립·소각된다.
코팅재로 쓰는 과불화화합물(PFAS) 자체가 환경 오염 물질로 언급되기도 한다. 연구진은 “종이 빨대에는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독성 화학물질(중금속, 포름알데히드 등)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는데, 60도의 높은 온도에서 종이 빨대는 30분 이내에 완전히 용해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기도 했다.
종이 빨대 처리 생산·처리 과정에서도 플라스틱 빨대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내용도 있다. 종이 빨대를 5억 개 사용했다고 가정했을 때 매립과 소각 모두에서 플라스틱 빨대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았다.
매립하면 종이 빨대는 258㎏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플라스틱 빨대 56만6000㎏보다 많았다. 소각해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종이 빨대 270만㎏, 플라스틱 빨대 139만㎏이었다.
연구진은 “종이 빨대가 PP(플라스틱) 빨대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은 PP 빨대가 폐기물매립지에서는 거의 분해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성화에 영향을 미치는 이산화황 배출량도 매립 기준 종이 빨대 1850㎏, 플라스틱 빨대 845㎏였다. 소각 기준으로는 종이 빨대 1850㎏, 플라스틱 빨대 869㎏였다.
인간 독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디클로로벤젠 배출량은 매각 기준 종이 빨대 12만㎏, 플라스틱 빨대 2만7200㎏이었다. 소각 기준으로는 종이 빨대 11만9000㎏, 플라스틱 빨대 2만7600㎏으로 나타났다.
다만, 오존 고갈과 토양 독성, 자원 고갈에는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도움이 됐다.
연구진은 “일반적으로 일회용품과 다회용품의 비교에서 어떤 조건에서도 어느 한쪽이 더 바람직한 단일 선택은 없다”며 “결론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과 종이 제품 모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일회용 음료 빨대가 하루에 5억 개가 소비되기에 빨대 종류와 상관없이 상당한 환경 부담을 가져오게 된다”며 “빨대 사용량 감소를 위한 정책으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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