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먹는 비만약 임상 1상서 긍정적 톱라인 도출
글로벌 빅파마와 비교해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 확인
한미약품, 학회서 HM101460 초기 연구 성과 발표
비만약 경쟁 가속화, 경구용 제형 수요 점차 커질 것
제약·바이오 업계의 최대 격전지인 비만 치료제 시장이 다음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복용 편의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며 주사제를 넘어선 ‘경구용’ 신약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일동제약이 가장 먼저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
7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최근 먹는 비만·당뇨 치료제 후보물질 ‘ID110521156’ 임상 1상에서 긍정적인 톱라인 결과를 도출했다.
ID110521156은 경구용 소분자 GLP-1 RA 계열의 약물로 체내에서 ▲인슐린의 합성과 분비 ▲혈당 수치 감소 ▲위장관 운동 조절 ▲식욕 억제 등에 관여하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일동제약은 글로벌 빅파마들이 개발하고 있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 대비 ID110521156의 체중 감량 효과가 크고 중대한 부작용이 없어 ‘베스트 인 클래스’ 신약으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ID110521156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일동제약의 자회사 유노비아에 따르면 임상 4주차에 고용량 환자의 체중이 최대 13.8% 줄어들었다. 이는 현재 경구용 비만약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빅파마들의 초기 임상 결과를 압도하는 수치다.
반복 투여 후 단계적 증량(MAD) 연구에서는 체중 감소와 혈당 강하 등 약력학적 효능이 함께 확인됐다. 건강한 성인 36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ID110521156 MAD 연구 결과 4주 평균 50mg 투여군은 5.5%, 100mg 투여군은 6.9% 체중 감소 효과가 있었다. 200mg 투여군은 평균 9.9%, 최대 13.8% 체중이 줄었다.
같은 시험에서 일라이 릴리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 ‘알레니글리프론’이 90mg 기준 5.4%, 로슈의 ‘CT-996’이 같은 용량에서 2.3% 감량 효과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일동제약의 성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일동제약은 2026년 2분기 미국 현지에서 ID110521156 임상 2상도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2상은 현지 비만 환자에게 16주 고용량 반복 투여를 통해 해당 약물의 적정 용량과 효능을 탐색하는데 중점을 둔다.
이재준 일동제약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번 임상 연구를 통해 ID110521156의 뛰어난 체중 감소 효능과 안전성 프로파일 등 비만·당뇨 분야의 베스트 인 클래스 신약으로서의 경쟁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2026년 주사형 제품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미약품 또한 경구용 비만약 ‘HM101460’을 개발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열린 유럽당뇨병학회(EASD 2025)에서 HM101460 초기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아직 전임상 단계에 있는 HM101460은 G-단백질 편향 활성을 특징으로 하는 저분자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로 개발되고 있다. 이 기전은 기존의 GLP-1 약물과 차별화된 작용 방식으로, 약물이 특정 신호 경로(G-단백질 경로)를 선택적으로 활성화 해 부작용은 줄이고 약효를 더 오래 지속하도록 설계됐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HM101460는 초기 개발 단계에서 연구 방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한미의 H.O.P 프로젝트에 따라 단계별로 개발을 진행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현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 등 주사제 비만 치료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앞으로 시장의 대세는 복용 편의성을 앞세운 경구용 치료제가 될 전망이다.
비만 치료제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경구용 신약은 따로 냉장 보관이 필요 없어 복용 편의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주사제보다 경구용 알약의 체중 감소 효과가 다소 떨어지지만, 업계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가 2030년 전체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2030년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이 1000억 달러(약 139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을 경구용 치료제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일동제약의 초기 임상 결과가 매우 인상적이지만, 신약 개발의 경우 최종 상용화까지 수많은 변수가 있다”며 “그럼에도 비만 치료제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다양한 제형 개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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