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주에서 약주까지”…우리 전통주 즐기기 가이드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10.06 08:00  수정 2025.10.06 08:00

국순당 예담ⓒ국순당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고 향기롭고 감미로운 술이 있다면 그 술과 가장 어울리는 안주는 어떤것일까?


정답은 그 술이 생산된 지역의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동일한 자연 환경에서 거두어들인 술과 음식이 서로를 더욱 조화롭게 만들어 준다.


우리 전통주에는 정겨운 우리 음식이 가장 어울리는 안주이다.


민족 명절을 맞이하여 우리 전통주를 제대로 즐기는 법을 알아본다.


◇ 명절하면 생각나는 전통주 ‘차례주’


우리나라 민속명절에는 차례주가 빠질 수 없다.


차례주는 명절 차례 때 올리는 제주(祭酒)로, ‘쌀로 빚은 투명하고 맑은 술’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흔히 차례주로 오해하고 있는 ‘정종’은 일본의 사케의 상표명이다.


과거 일제강점기 때 자가양조금지법으로 인해 집집마다 술을 빚어 조상께 올리던 우리의 전통주가 사라지고 일본식 청주제조법으로 만들어진 “정종(正宗:마사무네, 일본 사케 브랜드명)”이 차례상에까지 올라왔고, 지금도 정종을 전통 차례주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전통 제법으로 빚은 우리 차례주가 많이 등장해 전통 차례주의 맥락을 계승하고 있다.


국순당의 차례주 ‘예담’은 우리나라 최초의 차례 전용주로 개발된 술로 주정을 섞어 빚는 일본식 청주와는 달리 국내산 쌀로 전통 예법에 맞게 빚은 순수 발효 약주이다.


차례 음식과도 잘 어울려 차례 후 조상님께 감사하고 후손의 복을 비는 음복례에도 적당하다.


◇ 독특한 우리술 제조방법


우리 술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단어 하나를 찾는다면 바로 ‘다양성’일 것이다.


우리 술은 세계 어느 나라의 술보다도 다양하다.


술 거르는 형태, 술 빚는 회수, 제조 시기, 밑술 제조 방법, 원료의 종류 및 처리 방법, 누룩의 원료 및 제조방법에 따라서 수백까지로 매우 다양하다.


우선 술의 원료로 멥쌀, 찹쌀, 보리쌀, 밀, 수수, 녹두 등으로 다양하다.


원료 처리방법에 따라서도 일반적인 방법인 고두밥 외에 백설기, 송편이나 도넛 모양의 구멍떡, 죽, 범벅, 개떡, 인절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원료를 처리하여 술을 빚었다.


술 빚는 횟수에 따라 단양법, 중양법 등이 있다. 누룩도 제조방법 및 원료에 따라 향온국, 녹두국, 요국, 미국, 백국, 모국, 면국, 홍국, 이화곡 등 다양하게 사용된다.


◇ 우리 술 '약주' 즐기기


시각적인 관찰은 모든 테이스팅의 첫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시각적 테이스팅으로 술의 농담(濃淡)을 예측할 수 있다.


전통 약주의 기본 색은 선명한 황금색으로, 색이 옅을수록 담백한 맛을 가지며, 색이 짙을수록 진한 맛을 가진다.


한편, 약재, 꽃잎등의 부원료가 들어간 경우에는 그 원료의 색 및 함량에 따라 술의 색이 달라지기도 한다.


약주는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향을 갖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기본이 되는 향은 누룩향이라 할 수 있다.


누룩 향은 약주에서 느껴지는 향으로 어떤 누룩을 사용하였는지에 따라 그 술의 맛과 향이 달라진다.


그 밖에, 어떤 부원료를 사용하였는지, 어떤 발효법으로 담그어졌는지, 어떻게 보관되었는지 등에 따라 약주의 향은 다르게 느껴진다.


그리고, 발효 과정을 통해 사과향이나 배향등의 은은한 과실향이 풍기게 되는데, 대개 저온 숙성시킨 약주에서 좀 더 풍부한 편이다. 약주의 향은 이러한 향들의 조화를 통해 튀지 않는 부드럽고 은은한 향으로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전통 약주는 단맛, 신맛과쓴맛, 떫은 맛, 매운 맛등을 느낄 수 있다.


약주의 단맛은 쌀의 천연 감미로 인해 조화로운 단맛을 가지게 된다.


신맛은 누룩 속의 미생물 조성과 발효 경과에 따라 생기는 자연적인 산미로, 온화하고 상쾌한 산미를 나타낸다.


쌉싸름하게 퍼지는 쓴맛은 입맛을 돋구고, 뒷맛을 깔끔히 마무리 하는데 좋은 역할을 한다.


적당한 떫은 맛은 고기류의 안주와 잘 어울린다. 전통 약주의 매운 맛은 주로 알코올에 기인하지만, 감미와 산미, 그리고 다양한 향에 어우러져, 날카롭게 느껴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 약주의 적정 시음 온도와 잔의 선택


약주는 온도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약주는 차게 마시는 것이 기본이며, 옛 고전서인 규합총서[閨閤叢書]에서도, “밥먹기는 봄같이 하고, 국먹기는 여름같이 하며, 장먹기는 가을같이 하며, 술먹기는 겨울같이 하라” 고 나와있다.


이처럼 술을 차갑게 즐겨 마시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중후한 맛과 향을 좋아하면, 보다 덜 차갑게 즐겨도 되며, 향을 좀더 풍부하게 느끼고 싶을 때는 기호에 따라 살짝 데워서 마셔도 좋다.


단, 마시는 도중에 술의 온도가 큰 차이로 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약주를 마실 때에는 비교적 온도 편차가 적은 도자기 잔으로 마시는 것이 좋으며, 유리잔을 사용할 경우에는, 입구가 바닥보다 넓어서 약주의 향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잔이 좋다.


◇ 약주 보관 방법

좀더 맛있는 약주를 즐기기 위해서는 보관하는 방법도 중요한데, 약주는 이산화황(SO2)등의 보존료를 넣지 않아, 어떤 상태로 보관되었는지에 따라 다른 술들에 비해 그 풍미가 쉽게 변할 수 있다.


빛과 고온에 오래 방치될 경우 맛과 향이 변질되기 쉽기 때문에,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해야 그 풍미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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