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우유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식당 운영 신뢰·철학을 표현”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5.09.23 09:52  수정 2025.09.23 10:50

서울 종로구서 운영 중인 양식당 ‘마가리 레스토랑’

베샤멜 소스 등 기본 소스·베이스에 국산 우유 활용

정선화 대표 “비리지 않고 고소…묽지 않은 게 장점”

정선화 마가리 레스토랑 대표는 주요 메뉴인 베샤멜 소스, 매시드 포테이토 등을 요리할 때 국산 우유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은 정선화 대표 모습. ⓒ마가리 레스토랑

“좋아하는 재료를 써서 잘할 수 있는 메뉴를 만드는 게 이 일을 오래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격의 부담이 있더라도 국산 우유는 꼭 유지하려고 합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양식당 ‘마가리 레스토랑’의 정선화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많은 양식당이 원가 절감과 조달 편의를 이유로 수입산 멸균우유를 고려하지만, 정 대표는 국산 우유가 주는 풍미와 향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양식 레스토랑이라고 하면 치즈·버터·생크림 등 유제품 대부분을 수입산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 경쟁력과 공급 편의성, 그리고 서양식 조리법에서 강조되는 질감 때문에 ‘양식당=수입 유제품’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다.


정 대표는 원가 절감과 조달 편의를 이유로 수입산 멸균우유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 대표는 국산 우유가 주는 풍미와 향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매시드 포테이토가 들어간 니스와즈샐러드와 생크림을 쓰는 클램차우더(수프)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마가리 레스토랑
‘은근한 고소함, 담백한 맛’…차별화의 핵심은 국산 우유


마가리 레스토랑의 주요 메뉴에서는 베샤멜 소스, 매시드 포테이토, 수프 등 기본 소스나 베이스에 국산 우유가 사용된다. 정 대표는 우유와 생크림만큼은 국산을 고집하며, 음식의 뼈대를 세우는 재료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국산 우유는 비리지 않고 은근하게 고소하다”며 “국산 우유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면, 맹하거나 묽지 않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정선화 대표의 선택은 단순히 원재료를 고르는 차원을 넘어선다. 국산 우유가 가진 풍미와 안정성을 믿고 지켜내는 고집은 마가리 레스토랑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되고 있다.


정 대표는 “좋아하는 재료를 써서 잘할 수 있는 메뉴를 만드는 것이 결국 오래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음식을 배워서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식재료 선택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가격이 부담되더라도 유지하려는 이유”라고 했다.


국산 우유로 만드는 베샤멜 소스가 들어간 라자냐. ⓒ마가리 레스토랑
향과 질감의 한계, 원가 부담에도 국산을 고집


정 대표도 한때 수입산 멸균우유를 사용해 본 적이 있다. 수입 멸균 제품은 냉장 보관이 필요하지 않아 유통과 관리가 편리하다는 점에서 요식업 등에서 사용하기 편리하다. 특히 장기간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다는 점은 식재료 운영 면에서 분명 이점이었다.


또한 국산 우유는 수입산에 비해 비용 부담이 크다. 실제로 국내 흰우유 보다 수입산 멸균우유는 30~40% 낮은 가격에 유통된다. 이처럼 원가 차이가 뚜렷하지만, 정 대표는 국산 우유 사용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선화 대표가 직접 요리에 적용해본 결과, 맛과 향에서 차이가 뚜렷하게 느껴졌다고 강조했다. 국산 우유가 주는 담백하면서도 풍부한 풍미와 달리 멸균우유는 다소 가볍고 깊이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남겼던 것이다. 또 조리 과정에서 우유 특유의 안정적인 질감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다가왔다고 얘기했다.


정 대표는 “실온 보관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장점이었다”며 “하지만 개인적으로 멸균우유에서는 특유의 향이 불편하게 다가왔다. 비리다는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고유한 냄새가 있었고, 국산 우유와 달리 맛이 가볍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산 우유는 비리지 않고 고소하고, 음식을 만들 때 맹하지 않다는 장점을 지녔다면, 수입산 멸균우유는 그 반대”라며 “수입산 멸균우유는 풍미가 가볍게 흘러가 버린다는 느낌이 남겼다”고 부연했다.



마가리 레스토랑 전경. ⓒ마가리 레스토랑
“국산에서 느끼는 더욱 풍부한 맛…소비자들도 차이점 느낄 것”


우유는 원산지 표시 의무가 없어 소비자가 재료의 출처를 알기 쉽지 않다. 정 대표 역시 별도의 고지를 하고 있진 않지만, 국산 신선우유와 수입산 멸균우유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국산 우유는 맛에서만 그치지 않고, 생산 과정에서부터 안전성과 투명성이 담보된 재료이기에 신뢰를 줄 수 있다”며 “좋은 재료를 써야 손님이 다시 찾아온다. 국산 우유를 고집하는 건 저에게 있어 기본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원재료의 차이를 더욱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우유에도 원산지 표시가 시행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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