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드백 6개월 법제화 첫발…OTT직행 시대, 산업의 안전망 vs 시대 역행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9.22 14:53  수정 2025.09.22 14:54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극장 개봉작을 OTT에서 볼 수 있는 시점을 ‘극장 상영 종료 후 6개월’로 못 박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해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이번 개정안은 극장 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뉴시스

그동안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된 뒤 다른 플랫폼에서 서비스되기까지의 유예 기간, 즉 홀드백(Hold-back)은 법이나 제도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배급사와 OTT, IPTV, 케이블 VOD 등 플랫폼 간의 계약으로 자율적으로 조율돼 왔다.


전통적으로는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기간이 유지돼 극장만의 독점 상영 기간을 보장하는 관행이 있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극장이 문을 닫거나 관객이 급감하자, 영화계는 빠르게 OTT와의 직행 계약을 늘렸고, 그 과정에서 홀드백 기간은 급격하게 단축됐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영화 대작들은 평균 4개월 이내에 OTT로 공개되거나 심지어 한 달 만에 서비스되는 경우도 등장했다. 송강호 주연의 영화 ‘1승’은 개봉 20일 만에 IPTV로 직행했다.


결과적으로 극장을 찾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관객의 발길은 더욱 줄어들었고, 극장은 물론 투자와 제작까지 연결되는 산업 전반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극장 수익을 방어하지 못하면 투자와 제작이 이어질 수 없기 때문에, 홀드백의 법제화 필요성은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단순히 영화 한 편의 흥행이 아닌, 산업 생태계의 존속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그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극장을 강하게 보호해온 국가로, 과거에는 무려 36개월 동안 OTT와 극장 간의 홀드백을 유지했다.


그러나 OTT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프랑스 정부는 이를 15개월로 절반 이상 단축하는 대신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기업들에게 향후 3년간 연매출의 4%를 프랑스 및 유럽 영화 10편 이상 제작에 의무적으로 투자하도록 규제 장치를 마련했다. 상영 기간을 조정하는 것을 넘어, OTT가 시장에서 얻는 수익을 다시 산업에 환원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한 것이다.


한국에서 제시된 6개월이라는 기준은 극장과 OTT, 그리고 제작사 모두에게 앞으로의 방향을 두고 고민을 던지고 있다. 제작사와 배급사 입장에서는 흥행에 실패한 작품이 6개월 동안 다른 유통 창구에서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사실상 발이 묶여 다음 프로젝트로 이어갈 투자금이 돌지 않게 된다. 제작비와 마케팅비를 회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익이 장기간 정체되면, 새로운 프로젝트의 기획과 제작이 연쇄적으로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는 중소 제작사일수록 타격이 더 크다. 메이저 스튜디오가 아닌 경우 극장 수익만으로 제작비를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극장 외 플랫폼에서의 유연한 수익 창출이 생존과 직결된다. 이러한 이유로 업계 안팎에서는 홀드백 법제화의 ‘의도’에는 공감하지만, ‘6개월’이라는 기간은 지나치게 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작이라면 몇 달씩 극장에서 장기 상영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대작조차 한, 두 달 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6개월 홀드백은 현재 시장 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다. 획일적인 기간 규제보다는 작품의 규모와 성격에 따른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객 입장에서도 OTT를 통해 영화를 빠르게 소비하는 문화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극장에서 내려간 지 반년이나 지난 작품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은 상당한 불편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2~3개월 만에 OTT로 공개되는 것이 당연한 흐름이 된 지금, 홀드백 기간이 길어지면 관객들이 이를 규제로 받아들이며 반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영화계의 위기가 단지 홀드백 기간 단축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도 짚어야 한다. 티켓 가격 상승, 볼 만한 영화 부재, 그리고 OTT가 제공하는 방대한 선택지가 맞물리며 관객의 발길은 자연스럽게 극장에서 멀어졌다. 홀드백 단축은 결과를 가속화시킨 하나의 요인일 뿐이며, 영화계의 체질적 문제와 장기적 위기 신호는 그 이전부터 쌓여 있었다"라며 "홀드백 법제화가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계기가 되려면, 조금 더 다각도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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