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군비 확장…5년간 나토 수출 점유율 공동 2위
핵심 부품 외산 의존 …대규모 계약에 운전자본 부담도
업계 "정책 금융·외교 지원 절실…기술 자립해야" 촉구
한국 방위산업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기술 자립과 금융 지원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요동치는 글로벌 무기 시장에서 한국 방위산업이 빠르게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유럽과 중동 국가들이 무기 확보에 속도를 내며 한국산 전차·자주포·전투기에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핵심 부품 국산화 지연과 재무적 부담은 여전히 K-방산의 취약점으로 꼽힌다.
1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국 방산이 유럽의 공급망 공백을 채우며 기회를 잡았으나 기술 자립과 금융 지원이라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단기 특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세계 무기 시장이 재편되는 지금이야말로 산업 구조를 한 단계 끌어올릴 마지막 기회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군사비 지출은 지난해 2조7180억 달러(약 3700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군비 확장이 본격화되면서 주요 국가들이 무기 수출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러시아는 전쟁 장기화와 제재에 발목이 잡혀 사실상 시장에서 밀려났다. 유럽 역시 냉전 이후 축소한 생산 능력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재고마저 바닥났다. 이 공백을 한국이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폴란드다. 지난 2022년 이후 체결된 계약 규모만 220억 달러(약 30조원)에 달하고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무 다연장로켓 등 지상과 공중을 아우르는 체계가 포함됐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은 2020~2024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대상 무기 수출에서 점유율 6.5%를 기록, 프랑스와 함께 미국(64%)에 이어 공동 2위에 올랐다. 루마니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도 수출이 이어지며 글로벌 교두보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최근 3년간(2022~2024년) K-방산의 연평균 수주액은 100억 달러(약 13조원)를 웃돌았다. 빠른 납기와 검증된 성능, 경쟁력 있는 가격이 강점으로 꼽히며 주요 업체들의 수주 잔고와 실적도 동반 상승했다.
그러나 편중 위험과 재무적 부담도 뚜렷하다. 수출 계약의 절반 이상이 폴란드에 집중돼 있어서다. 대규모 계약 이행을 위한 생산설비 확충과 현지 투자·기술 개발에 따른 자금 소요가 급증하면서 운전자본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방산 수출이 대부분 정부 간 협의(G2G) 계약에 기반하다 보니 정치·외교 변수에도 민감하다.
권혁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안정적인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의 외교적 지원과 정책금융 구조 개선이 필수적”이라며 “수출입은행의 신용공여 한도 조정과 선진국 사례를 참고한 금융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고, 동시에 특정 국가·품목 의존도를 줄이면서 기술 자립도를 높여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방산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정부는 ‘방산 4대 강국 도약’을 국정 과제로 내걸고 수출 컨트롤타워 구축과 금융·세제 패키지 지원, 첨단 전략기술 연구개발 확대를 추진 중이다. 국회도 방위산업특위를 발족해 법·제도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실질적인 금융 지원과 핵심 장비·부품 국산화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심현석 방위사업청 첨단항공엔진 파트리더는 “장기간 사업이 지속되려면 예산을 확보하고 방산업체들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회사가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도전하는 것이 그 어떤 정책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상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미래전략실장도 “항공기 주요 구성품 대부분이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고, 일부는 해외 제품 키트를 수입해 조립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국산화는 단순한 수치 달성을 넘어 기술 자립과 안정적 운영을 가능케 하는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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