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는 감독이 '얼굴'로 다시 한번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헤집는다. 이번에는 화려한 장치 없이 사회 비판의 날을 곧장 깊은 곳으로 찔러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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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연상호 감독이 2018년 발표한 동명의 노블을 영화화했다. 2억 원의 소규모 제작됐으며 '부산행' 이후 지금까지 대규모 자본을 들여 연니버스를 구축했던 연상호 감독이 이번에는 묵직한 메시지와 배우들의 열연이란 정공법을 택했다.
영화는 시각장애인이지만 가장 아름다운 글씨로 도장을 새겨 기적을 일군 임영규(권해효 분)의 이야기로 문을 연다. 그의 아들 임동환(박정민 분)은 그런 아버지를 존경하며 곁을 지켜온 인물이다. 방송국 PD 수진(한지현 분)은 임영규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제작 중인데, 어느 날 동환이 경찰로부터 40년 전 실종됐던 어머니 정영희(신현빈 분)의 유골이 발견됐다는 전화를 받으며 분위기가 전환된다.
수진은 장례식에서 정영희의 실종과 가족들이 고인을 헐뜯고 외모를 이유로 폄하하는 말을 듣고 흥미를 느낀다. 이후 동환을 돕는 척하며 정영희의 과거를 함께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는 다섯 차례의 인터뷰 형식으로 이야기를 쌓아가는데, 주변인물들은 하나같이 "정영희는 못생겼다"는 동일한 평가만 반복한다. 실종 사건이 아니라는 낌새를 느낀 동환과 수진은 사건에 다가갈 수록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한다.
'얼굴'은 외모가 자기 인식과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이지 않는 것이 어떻게 진실에서 지워지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여기서 얼굴은 외형을 넘어 인간의 정체성과 존엄을 드러내는 기호다. 외모를 이유로 천대를 받는 정영희와, 얼굴을 직접 보지 못한 채 사랑에 빠진 임영규는 사회로부터 밀려난 인물들이자 배제된 자들의 상징이다. 영화는 아름다움과 추함을 가르는 사회적 기준이 얼마나 쉽게 폭력으로 바뀌는지를 보여주며 고정관념의 잔혹함을 드러낸다.
연 감독은 사건을 한 개인이나 한 가족의 불행에만 묶어두지 않는다. 격동의 시대로 성과 지상주의에 매달렸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삼은 이유 역시 거기에 있다. 사회적 약자인 정영희와 임영규는 그 시대의 무차별적인 혐오로 점철됐던 인물들이다. 한쪽은 끝내 정체성을 지키려 발버둥 치고, 다른 한쪽은 사회에 편입되기를 갈망하며, 영화는 인간의 본성과 사회가 개인을 옭아매는 방식을 응시한다.
'얼굴'이 던지는 질문은 날카롭고 묵직하다. 우리가 바라보고 갈망하는 얼굴은 과연 무엇이며, 응시하는 것이 정말 얼굴인지란 물음을 집요하게 붙들며, 외모와 정체성, 사회적 편견에 대한 성찰을 끝까지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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