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이 넷플릭스 제작으로 확정됐다. 그는 당초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을 받아 준비했지만 추가 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지원금을 반납하고 해외 OTT로 향했다.
ⓒ
봉준호, 박찬욱 감독처럼 세계적으로 확고한 입지를 가진 감독들은 해외 자본을 활용해 작품을 이어갈 수 있지만, 국내외에서 거장으로 인정받는 작가주의 감독조차 한국 내에서 제작비를 마련하지 못해 글로벌 OTT로 떠나야 하는 현실은 영화계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에는 블록버스터에 자본이 쏠리고 중예산 작품이 설 자리를 잃는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대형 상업영화조차 연이어 손익분기점에 실패하면서 한국 영화 전체 제작 편수가 감소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신규 개봉작은 45편이었지만 2024년에는 37편으로 줄었고, 올해는 약 20편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위축과 제작 지연으로 신작 출시가 줄면서 상영 콘텐츠가 고갈되고, 이는 다시 관객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코로나 이후 ' 범죄도시' 시리즈와 '서울의 봄', '파묘'같은 천만 영화가 극장가를 지탱했지만 올해는 가장 많은 관객 수를 모은 '좀비딸'이 550만, '야당' 337만 명이다.
이미 극장에 걸릴 수 있는 작품들이 거의 소진된 상황에서 새 영화 제작이 본격화되더라도 개봉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 공백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구조적 침체는 코로나19 이후 영화 산업의 근본적 변화를 반영한다. 영화관 수익성 악화로 투자 위축이 이어지고, 관객은 OTT 등 대체 콘텐츠로 이동했다. 이로 인해 제작 편수 축소, 극장 수익 악화, 관객 감소가 연결되는 밸류체인 붕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OTT는 창작자에게 안정적인 제작 환경과 글로벌 진출 기회를 보장하지만, 국내 투자 기반이 무너진 상태에서 해외 플랫폼 의존이 심화될 경우 한국 영화의 정체성과 문화적 자립성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지 오래다.
정부는 이런 위기감을 반영해 내년도 영화 분야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1498억 원으로 확정했다. 올해보다 80.8%(669억 원) 늘어난 수치다. 중예산 영화 제작 지원은 올해 10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확대됐고, 기획개발 지원도 47억 원에서 80억 원으로 늘었다.
2023년 이후 중단됐던 차기작 기획개발비 지원 제도는 17억 원 규모로 복원됐으며, 독립·예술영화 상영 지원사업도 새로 신설됐다. 부산 기장촬영소에는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 신설에 164억 원, 인공지능(AI) 기반 영화 제작 지원에 22억 원이 배정됐고, 모태펀드 영화계정에는 올해의 두 배인 700억 원을 출자해 총 14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코로나19 이후 침체에 빠진 영화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자구책으로 설명했다. 정상원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은 “한국 영화산업이 조속히 회복돼 K-콘텐츠의 미래를 이끌 주역으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