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이 품는 애경산업, 'K-뷰티' 영토 확장할까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5.09.09 07:00  수정 2025.09.09 07:00

태광그룹, 애경산업 인수 우선협상자로

애경산업 인수로 화장품 등 신사업 진출 목표

中 의존도 높은 애경, 태광그룹과 시장 개척할까 '관심'

애경산업 로고.ⓒ애경산업


태광그룹이 국내 뷰티 업계 3대장인 애경산업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태광산업이 K뷰티 사업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애경산업의 해외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 주요 계열사인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애경산업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태광 컨소시엄은 AK홀딩스를 비롯해 애경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약 63%를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가는 애경산업 시가총액 약 4300억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태광 컨소시엄은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거래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번 매각 주관사는 삼정KPMG다.


이와 관련해 태광그룹은 이날 해명 공시를 내고 “현재 매각 주관사 또는 매도인으로부터 우선협상자 선정에 대한 공식적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매각 상황과 관련해서는 전달받거나 확인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애경그룹은 유동성 위기에서 비롯된 선제적 구조조정 과정에서 애경산업을 매물로 내놨다. 유통과 석유화학 사업 부진으로 유동성 위기가 높아지자 비주력 자산인 골프장 중부CC를 정리한 데 이어 그룹 모태인 애경산업까지 매각하기로 했다.


현재 태광그룹은 애경산업 인수에 적극적 의지를 보이고 있다. 태광그룹은 애경산업을 인수해 화장품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K-뷰티의 글로벌 인기를 발판 삼아 해외 시장 공략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애경산업은 ‘루나’, ‘에이지투웨니스’ 등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 중이며, 화장품 매출의 약 70%를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다만 이 가운데 80%가 중국 시장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취약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태광그룹은 이를 오히려 확장 기회로 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유럽, 동남아 등으로 판로를 다변화할 여지가 크다는 판단이다.


또 최근 K-뷰티 열풍 속에서 일부 화장품 기업들이 과대평가 논란을 빚는 반면, 애경산업은 실적 부진으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인수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태광그룹의 최종 인수가 확정된다면 애경산업의 해외 진출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애경산업은 해외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애경산업의 메이크업 브랜드 '투에딧'은 지난 7월부터 미국 현지 오프라인 채널에 진출했다. 투에딧은 지난해 11월 다이소를 통해 첫선을 보인 브랜드로, 국내 출시 7개월 만에 130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올해 7월부터는 미국 서부 지역에 위치한 미니소 일부 지점과 괌·하와이에 위치한 돈키호테 등 글로벌 유통 채널을 통해 소비자 접근성을 확대했다.


또 팰리스 뷰티, 코르하임 등 아시안 및 히스패닉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K-뷰티 편집숍에도 입점했다.


지난 2020년에는 대표 브랜드인 '에이지투웨니스(AGE 20's)'를 앞세워 미국 아마존에 공식 브랜드관을 개설했으며, 이와 함께 미국 FDA 등록도 완료했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 온·오프라인 시장 진출을 앞두고 K-뷰티 유통 플랫폼인 실리콘투와 MOU를 체결했다.


애경산업이 발표한 '2027년 사업 목표'의 핵심도 중국 외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현재 애경산업은 총 매출 중 약 35%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오는 2027년까지 글로벌 매출 비중을 43%까지 높이고, 이 중 미국·일본·유럽 등 중국이 아닌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현금 부자 태광산업의 자금까지 더해진다면 해외 시장에서 더욱 막강한 역량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다.


태광산업은 지난 5월 기준 2조7692억원의 유동자산을 보유했으며, SK브로드밴드 지분 매각을 통해 8038억원의 현금을 추가 확보한 상태다. 사실상 2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성 자산을 쥔 '현금부자'다.


또 계열사 태광홈쇼핑과 시너지도 거론된다. 자체 방송채널과 온라인 유통망을 활용한 라이브커머스 결합은 실시간 소비자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일단 애경산업은 유동성 확보, 태광그룹은 신사업 확장이라는 상호간 니즈가 충족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라면서도 "B2B(기업 간 거래) 중심의 태광과 B2C(소비자 상대 거래) 중심의 애경산업은 기업 성격이 서로 완전 다르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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