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30년 신규 원전 10기 착공...한국과 협력 불가피
'SMR·우라늄 농축' 부상했지만...원자력 협정 개정 과제
전문가 "내년 상반기 협업 구체화...사업기회 확대 기대"
세계가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탄소중립 흐름 속에 원자력이 다시 ‘게임 체인저’로 주목 받으면서 ‘K-원전’의 기술력과 신뢰성도 재조명 받는 분위기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소형모듈원전(SMR)과 우라늄 농축 등 차세대 협력 분야가 확대되며 한국 원전 산업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2030년까지 신규 원전 10기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 내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현재의 4배로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미국 발전량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9%로, 지난 30여년간 가동된 신규 상업용 원자로도 5기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 사례인 조지아주 보글 원전 3·4호기는 2009년에 착공해 지난해 4월에야 상업용 가동에 들어갔다.
미국의 이번 계획은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을 앞세운 대전환으로, 한국 원전 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원전 수출이 가능한 국가는 한국·미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5개국 뿐이다. 이 중 중국과 러시아는 지정학적 갈등으로 수출에 제약이 커 한국의 기술 경쟁력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SMR 협력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은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엑스-에너지·페르미 아메리카 등과 손잡고 SMR 및 대형 원전 협력을 추진 중이다. 특히 텍사스에서 추진되는 ‘인공지능(AI) 캠퍼스 프로젝트’에는 대형 원전과 SMR 전력 인프라, 데이터 센터까지 포함돼 있어 한국 기업의 참여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아이디테크엑스는 SMR 시장 규모가 2033년 724억 달러(약 101조원), 2043년에는 2950억 달러(약 411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이 3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미 협력이 가져올 파급력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민주 한국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은 SMR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로, 공급망 내 주력 분야도 노형 설계에 특화돼 있어 제조·시공 분야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과 보완성이 높다”면서 “미국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한다면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라늄 농축도 새로운 협력 사업으로 떠올랐다. 한수원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미국 센트러스 에너지와 우라늄 농축 시설에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단순 원전 건설을 넘어 연료 공급망까지 확대되는 셈이다. 다만 현행 한미 원자력 협정은 한국이 미국의 동의 없이는 20% 미만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어 협정 개정이 필수 과제로 꼽힌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합작사(JV) 설립 지연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원전 산업은 공공성이 강해 수주 진행 상황을 명확히 알기 어렵고, 작은 변수에도 시장 불안이 커지기 쉽다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업계는 미국이 원전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한국과의 협력은 불가피하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어떤 방식이든 한수원의 미국 진출은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내년 상반기까지 협력 구체화가 기대된다”며 “우라늄 농축도 한미 원전 협력의 또 다른 축으로, 한미 원자력 협정이 개정된다면 단순 수입뿐만 아니라 재처리와 수출 등 다양한 사업에서 확장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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