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 공세 속 지원에 미친 중국, 규제에 미친 한국 [기자수첩-유통]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5.09.01 07:00  수정 2025.09.01 07:00

中 정부, C커머스 기업 전폭적 지원

韓, 노란봉투법 등 규제 법안으로 기업 발목

전자상거래 시장 격차 갈수록 벌어져

ⓒ 데일리안 AI 이미지 삽화

최근 KBS 프로그램 <다큐 인사이트>의 2부작 다큐멘터리 ‘인재전쟁’이 장안의 화제다.


높은 학구열을 가진 중국과 한국, 두 국가의 각기 다른 방향성을 조명한 이 다큐멘터리는 대한민국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질문을 제기한다.


대한민국 입시가 '의·치·한(의대·치대·한의대)'에 미쳐있는 동안 중국은 명문대 공대 진학을 위해 긴 레이스를 펼친다. 중국에서 명문대 공대 진학은 우리로 치면 의대 입학만큼 온 가족의 경사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두 국가의 교육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사이 기술력이 곧 국가 경쟁력인 세계에서 두 국가의 국가 경쟁력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모두가 인공지능(AI) 경쟁에 몰두하는 현시점,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100명의 인공지능(AI) 과학자 중 절반이 중국인일 정도로 중국엔 인재들이 넘쳐 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기회를 얻지 못한 과학자들이 나라를 떠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69개국 중 27위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7단계 하락했다. 중국은 16위를 기록했다.


두 국가의 이 같은 차이는 결국 정부 정책의 차이에서 기인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기술이 곧 국력이다”, “핵심 기술은 구걸해서 얻을 수 없다”고 말하며 과학기술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중국은 기술 인력들에게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요즘 중국에서 명문대 석사 기준 프로그래머의 초봉은 약 1억원이며 경력이 쌓일 경우 연봉은 3억원 이상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중국과 다르다. 정권에 따라 들쭉날쭉한 지원 정책과 때 마다 달라지는 규제 속 '도전 정신'과 '혁신'이 설 곳이 사라지고 있다.


해당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한 공학도는 인터뷰에서 "정권마다 콘셉트가 있다. 기술에도 콘셉트가 있고 갑자기 정부에서 AI 투자한다고 하면 AI가 막 떴다가 왔다 갔다 하니까 운이 좋게 트렌드가 잘 맞았을 때는 지원을 많이 받기도 하고 다른 곳이 트렌드라고 하면 또 몰려가 여기(이미 지원을 받는 곳)는 또 지원을 못 받는 상황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최근 알리·테무·쉬인 등 C커머스 기업의 공세가 거세다. 한국 진출 초기엔 이들의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현재 이들 기업들은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며 국내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모바일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7월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쿠팡이 3300만명으로 1위, 알리익스프레스가 919만명으로 2위를 기록했다. 11번가는 845만명으로 3위를 기록했으며 테무는 752만명으로 4위에 올랐다.


C커머스의 몸집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속 날이 갈수록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24년부터 전자상거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재정 지원이 시작됐으며, 국무원은 지난해 5월 ‘국경 간 전자상거래 및 해외 물류창고 건설 촉진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의 인프라와 물류 시스템 구축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이 정부 주도의 전략적 지원을 통해 글로벌 셀러를 끌어들이고 있는 사이 한국은 자유로운 경쟁 보장은커녕 각종 규제로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달 24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으로 우리 이커머스 기업들은 혼란에 빠졌다.


물류센터 직원을 직고용하는 이커머스 기업들은 노조가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출고 중단 및 배송 차질 등으로 영업 전반에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온플법)'이 추진된다면 우리 이커머스 기업들이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비전이다.


K콘텐츠의 파워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이 시점, 중국처럼 특정 산업을 국가적 성장 축으로 설정하고 인재·자본·제도를 집중 지원하는 전략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기술 시장과 유통 시장에서 한국은 점점 더 뒤처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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