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728조원·수입 674조원…54조원 적자 편성
의무지출·국채 이자 확대, 재정 여력 축소 우려
정부가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가채무가 빠르게 불어나 2029년에는 1800조원을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늘어난 국가채무로 인해 매년 늘어나는 이자 비용 등으로 다른 정책 재원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미래세대 세부담 확대와 재정 운용 제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6년 예산안, 수입보다 지출 54조원 많아…확장재정에 따른 적자 편성
2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6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총지출은 728조원으로 올해 본예산(673조3000억원)보다 8.1% 증가했다. 정부는 인공지능(AI)·신산업, 기후위기 대응, 지역균형발전, 복지 안전망 강화 등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면서 경기 회복과 민생 안정을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이다. 분야별로는 보건·복지·고용, 국민안전, 연구개발(R&D) 부문에서 예산이 크게 늘었다. 반면 총수입은 674조2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약 54조원 적자가 예상된다.
지출 확대는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연금, 의료 지출 급증 등에 따른다. 또 기존 채무가 불어나면서 국채 이자 비용도 커지고 있다.
2025~2029년 의무지출은 연평균 6.3% 증가하는 반면, 정부가 임의로 조정 가능한 재량지출은 4.6% 증가에 그친다. 의무지출 비중은 2025년 51.9%에서 2029년 55.8%로 확대된다.
이는 국가 예산에서 절반 이상이 연금, 의료, 이자처럼 줄일 수 없는 항목에 묶여 있어, 다른 분야에 쓸 수 있는 재정 여력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의미다.
국가채무 2029년 1788조원, GDP 대비 58%…2030년 2000조원 눈앞
문제는 현 상황이라면 5년 뒤 국가채무가 2000조원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올해 국가채무는 1301조9000억원으로 GDP 대비 49.1%를 기록했다. 현 확장재정 기조라면 채무는 매년 늘어 2026년 1415조2000억원(51.6%), 2027년 1532조5000억원(53.8%), 2028년 1664조3000억원(56.2%), 2029년 1788조9000억원(58.0%)으로 증가한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2030년에는 2000조원을 넘어서는 것이 기정사실처럼 보인다.
재정수지 적자도 고착화된다. 세입보다 지출이 꾸준히 많아 재정이 구조적으로 적자에 머문다는 의미다. 관리재정수지는 2026년 –109조원(GDP 대비 –4.0%) 적자가 예상된다. 2027년 –115조4000억원(–4.1%), 2028년 –128조9000억원(–4.4%), 2029년 –124조9000억원(–4.1%)으로 임기 내내 100조원대 적자가 이어진다. 사회보장성 기금을 포함한 통합재정수지도 같은 기간 –60조8000억원(–2.3%)에서 –63조6000억원(–2.1%)까지 마이너스 흐름이 지속된다.
세입 전망도 불확실하다. 정부는 2025~2029년 총수입이 연평균 4.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세수입은 연평균 4.6%, 기금수입은 4.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세외수입은 1.9% 증가에 그친다.
2026년 기준 총수입은 국세 390조2000억원, 세외수입 37조4000억원, 기금수입 246조6000억원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경기 상황과 기업 실적, 부동산 시장 변동성에 따라 세입 기반은 흔들릴 수 있어, 확장재정을 뒷받침할 여력은 제한적이다.
채무는 늘고 세대는 줄어…미래세대 부담 가중 우려
정부는 국제적으로 보면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OECD 평균(90~100% 수준)보다 낮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을 뿐 아니라 저출산으로 경제활동인구까지 줄어들고 있다. 이는 세금을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연금·의료비 등 복지 지출은 늘어나는 구조적 불균형을 뜻한다.
국가채무가 늘어나면 해마다 불어나는 국채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다른 분야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고, 교육·사회간접자본(SOC) 투자처럼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할 지출이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동시에 복지 지출 확대와 겹치면서 재정의 경직성이 커지고, 정부가 경기 대응이나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은 점점 줄어든다.
국회예산정책처 장기재정전망에서도 의무지출 비중이 2025년 54.4%에서 2072년 64.3%로 확대되고, 이자 지출 비중 역시 8.0%에서 15.3%로 늘어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이 ‘줄일 수 없는 지출’에 묶이게 된다는 의미다.
빚을 갚아야 할 세대는 줄어드는데 지출은 불어나면서, 미래 세대의 세부담은 더 커지고 국가 재정 운용의 어려움이 동시에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지출증가율을 낮춰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려 했는데, 오히려 잠재성장률은 더 떨어지고, 성장률이 낮아져 세입 기반을 더 축소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저성과 사업을 줄이고 의무지출도 제도 개선을 통해 관리하면서,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해 재정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AI 대전환 시대에 뒤처지면 한국의 미래가 없다”며 “피지컬 AI 분야에서 성과가 나온다면 성장과 세입 여건이 개선돼 재정건전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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