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구멍 신세 '로봇', 올해부터 효자된다… 노란봉투법 대안?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08.28 15:00  수정 2025.08.28 16:20

美서 연 3만대 로봇 만드는 공장 짓는다

로봇 주요 부품도 내재화… 현대모비스 직접 생산

적자행진 보스턴 다이내믹스, 기술 완성도 '막바지'

생산성 극대화 및 원가 절감 효과… 노조리스크 대안 '주목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차체 공장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차체를 검사하는 모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그간 물밑에서 투자해온 '로봇'을 수면 위로 꺼내든다.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양산하기로 하면서다.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를 통해서는 로봇을 만들 때 필요한 부품도 자체적으로 만든다. 자동차 생산 공정에 본격적으로 투입할 채비를 갖추는 것으로 풀이된다.


로봇을 통한 생산 비율이 늘어날 수록 생산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원가 절감 효과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노조 리스크를 줄일 대안으로도 주목받는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내 투자 규모를 기존 210억달러에서 260억달러(약 36조원)로 확대하고, 2029년까지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신설한다.


현대차그룹이 건설할 로봇 공장에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주력 제품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로봇개 스팟, 스트레치 로봇 등이 생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입지나 시기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로봇을 생산할 때 쓰이는 부품도 내재화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7일 CEO 인베스터데이를 열고 로봇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모터와 감속기 제어부로 구성되는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관절을 움직이고 위치를 조절하는 구동 장치로, 자동차의 전자식 조향 장치 구성과 비슷하다. 향후 센서와 제어기, 핸드그리퍼(로봇 손) 영역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공격적인 로보틱스 사업 발표는 오랜시간 공들여온 로봇 기술의 완성도가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적자 행진에도 불구하고 그간 막대한 기술 투자를 지속해왔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이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지분 80%를 인수하며 계열사로 편입한 미국 로봇기업이다. 이후 지금까지 그룹 차원의 누적 투자액은 15억달러(약 2조757억원)를 넘어섰다. 올 한 해 동안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투자하는 금액만 총 8억4800만달러(약 1조1613억원)에 달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아틀라스가 카메라를 통해 부품을 정확히 인식하는 모습ⓒ보스턴 다이내믹스

현대차가 로봇에 집중해 온 것은 생산 효율성과 품질을 높이고, 원가 절감을 이뤄내기 위해서다. 나아가 자동차 뿐 아니라 물류, 헬스케어 등 산업 전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유망한 분야다. 당장 수익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로 낙점하고 투자를 이어온 셈이다.


로봇을 통해 생산 공정을 자동화하는 실험도 지속해왔다. 현대차는 지난 2023년 말 완공한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로봇개 스팟과 자율주행 로봇 등을 투입해 생산자동화를 테스트하고 있다. HMGICS의 자동화율은 물류 64%, 조립 46% 수준으로, 현대차는 당시 앞으로 모든 작업의 100% 자동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미국발(發) 자동차 관세로 수익 하락이 불가피해진 만큼,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로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빠른 시간 안에 효과를 보긴 어렵지만, 향후 생산성이 증대되고 글로벌 공장에 로봇이 투입되면 원가 역시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올 연말 미국 조지아 공장(HMGMA)에 아틀라스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특히 최근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국회 통과로 노조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만큼, 글로벌 공장에 로봇 투입을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노란 봉투법에 따라 노조가 파업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로봇이 대중화되면 인건비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태용 DS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10월부터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에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투입할 예정이다. 성과에 따라 현대차 울산 EV 공장과 기아 광명 EVO 플랜트에도 투입될 수 있다"며 "최근 정책적 이슈로 협력사 기반 산업들의 노사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로봇 자동화는 기업에게 분명 매력적인 방안으로 부각될만한 환경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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