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참가자에서 인솔자가 되어도 변함없는 ‘가치’… 필리핀 공정여행, 청소년과 떠나는 이유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8.16 08:39  수정 2025.08.16 08:39

10년 전, 한 중학생이 사회적기업 ㈜공감만세와 함께 필리핀 루손섬으로 인생 첫 공정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그 중학생은 공감만세의 직원이 되어 청소년들과 함께 다시 필리핀 공정여행에 나섰다.


시티오 바칼 어린이집 아이들ⓒ공감만세
시티오 바칼 어린이집ⓒ공감만세
시티오 바칼 어린이집 졸업생들ⓒ공감만세

10년 전, 10대의 경험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결국 공정여행이 직업이 되기까지,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공정여행은 현지 주민과의 교류를 중심으로, 여행을 통해 지역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지속가능한 여행 방식이다. 여행자가 쓰는 경비가 현지 경제에 직접 환원되고, 주민이 여행의 주체로 참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도 마닐라를 품고 있는 필리핀 루손섬은 공감만세가 가장 먼저 공정여행을 시작한 지역이자, 고두환 대표가 공감만세라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게 된 계기가 된 곳이기도 하다. 이 여행의 주요 일정은 마닐라 빈민 지역의 주민공동체를 만나 삶을 나누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계단식 논 복원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민의 삶을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전 일정은 홈스테이로 진행된다.


마닐라 바공실랑안ⓒ공감만세

특히 마닐라에서는 까발리캇(Kabalikat)과 바공실랑안 청년연합 YES-BS(Young Entrepreneurs Society of Bagong Silangan)라는 지역 단체와 협력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바공실랑안은 필리핀 국가 빈곤 위원회와 사회복지개발부 자료에 따르면, 메트로 마닐라 내에서도 소외된 지역 중 하나다.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고, 물은 우물에만 의존하는 환경 속에서 약 300가구, 1200~1400명이 살아간다. 이곳의 청년들은 하루 생계유지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마을 발전과 복지 향상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였다.


그 활동의 상징적인 성과가 바로 시티오 바칼 어린이집이다. 2012년, 공감만세와 바공실랑안 청년연합이 함께 설립한 이 어린이집은 유아기 아이들을 돌봄으로써 부모들이 생계를 위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텅 비어 있던 다목적 홀을 개조해 시작된 어린이집은, 초기에는 긴 의자를 테이블 삼고, 빌려온 의자를 두어 아이들을 맞이했다. 책과 문구류, 칠판은 현지 단체의 도움을 받아 마련했고, 공감만세 대학생 봉사팀이 기본 물품 구비와 페인트칠로 공간을 단장했다.



마닐라 바세코ⓒ공감만세

이후 어린이집은 공정여행자들의 방문과 후원으로 운영비를 이어왔다.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교육을 받고 공립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돕는 이 공간은, 공감만세가 꿈꾸는 ‘지역의 자립·자존·자주’라는 비전을 시험하는 중요한 실험장이기도 했다. 15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유지되어 온 것은, 현지 청년들과 주민들의 의지, 그리고 이를 지켜보며 손을 보태 온 여행자들의 마음 덕분이었다.


필자가 청소년 시절 경험한 공정여행은 시야를 넓히고 사람과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 성장의 시간이었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현지 주민들과도 어떻게 소통해야지 싶다가도 금세 손짓발짓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외모, 언어, 살아온 환경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곳을 보고 듣고 먹는 경험은 큰 자산이자 즐거움으로 남았다. 세상 어느 곳의 사람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는 깨달음은 중학생인 필자에게 경이로웠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이후 내 삶의 선택과 가치관에 깊이 스며들었다.



마닐라 바세코ⓒ공감만세

지난 8월 초 필자는 고등학교 1학년생 청소년들과 함께 바공실랑안을 찾았다. 10년 전 필자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는 청소년들과 함께 그러한 성장과 즐거움의 경험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설레고 기뻤다. 쭈뼛하던 청소년들이 어느새 필리핀 주민들과 감정을 나누고, 춤을 추고, 농구를 하고 있었다. 어린이집 봉사활동을 하며 아이들과 웃음을 나누는 순간순간이, 10년 전 나를 성장시켰던, 그 시간과 겹쳐 보였다.


공감만세 고두환 대표의 저서 ‘우리의 여행이 세상을 바꿀까’에서 말한 것처럼, 앞으로도 ‘여행이라는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도전하고, 더불어 공존할 길을 모색하는 재미로 하는 시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이번 여행이 청소년들에게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그들의 삶에 새로운 원동력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황가람 공감만세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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