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침체 ‘주범’ 헝다그룹 끝내 사망하다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5.08.17 07:07  수정 2025.08.17 07:12

헝다, “25일 오전 9시 홍콩증시 상장 지위 취소” 공시

홍콩 증시 “헝다, 거래재개 지침 요구 충족하지 못해”

현재 채권 청구금액 450억 달러, 2022년보다 63.6%↑

채권 청구금액 워낙 많아 주주들은 한푼도 못받을 듯

2억 6000만 달러 규모의 달러화 채권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한 지난 2021년 12월 중국 광둥성 선전시 헝다 본사 앞에서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며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 AFP/연합뉴스

중국 경기침체의 ‘원흉’으로 꼽히는 부동산 위기를 촉발한 이른바 ‘헝다 사태’의 장본인 헝다(恒大·Evergrande)그룹이 16년 만에 홍콩 주식시장에서 퇴출된다.


헝다는 지난 12일 홍콩증권거래소로부터 상장 지위 취소가 결정됐다는 서한을 받은 사실을 공시했다고 미 블룸버그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홍콩증시는 서한을 통해 “헝다가 거래재개 지침의 어떠한 요구도 충족하지 못했다”며 “오는 25일 오전 9시부터 상장 지위가 취소된다”고 밝혔다.


상장위원회의 상장 취소 결정과 관련해 헝다는 재심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헝다는 지난해 1월 홍콩 법원의 청산명령을 받고 주식거래가 정지된지 18개월 만에 상장폐지가 확정됐다. 홍콩증시에서는 거래정지가 18개월 이상 지속되면 상장폐지가 가능하다.


법원의 헝다의 청산 명령에 따라 채권자들이 채무 청구에 나서는 바람에 헝다의 채권 청구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달 기준 제기된 채권 청구 건수는 1870건, 금액으로는 450억 달러(약 62조 1900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규모는 2022년 공시된 275억 달러보다 63.6%나 늘어난 수치다.


지난 2022년 중국 베이징 시내 헝다그룹 주거단지 건설현장. ⓒ AP/뉴시스

청산을 맡은 알바레즈 & 마살에 따르면 헝다는 지난 18개월 간 2억 5500만 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각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규모는 2022년 기준 전체 자산 2500억 달러의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매각 자산에는 자동차를 비롯해 멤버십, 학교채권, 인상파 거장 클로드 모네의 작품 등 예술품도 포함됐다.


크리스티 헝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이코노미스트는 “헝다 주주들은 사실상 전액 손실에 대비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주주보다 변제 순위에서 앞서는 채권자들의 막대한 청구액을 고려하면 주주들이 아무 것도 돌려받지 못할 실질적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헝다는 2020년 이전만 하더라도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사로 꼽혔다. 2000년 이후 중국 부동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승승장구했다. 2009년 홍콩 증시에 상장하면서 700억 홍콩달러(약 12조 3000억원)가 넘는 시가총액을 기록, 홍콩 상장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기도 했다.


이후 부동산 개발 열풍에 편승해 문어발식 확장과 공격적 차입을 통해 몸집을 불렸다. 2016년 매출 3734억 위안(약 71조 7600억원)을 달성해 업계 1위를 차지하며 세계 500대 기업에 진입했다. 2017년에는 총자산 1조 7618억 위안을 넘어섰다.


지난 2018년 3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전국정협) 회의에 참석한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 ⓒ 중국 인민일보 홈페이지 캡처

이 덕분에 쉬자인(許家印) 회장은 재산이 2900억 위안으로 급속히 불어나며 당시 중국 빅테크(기술대기업)의 선두주자인 마윈(馬雲) 알리바바그룹 회장과 마화텅(馬化騰) 텅쉰(騰訊·Tencent)그룹 회장을 제치고 ‘중국판 포브스’로 불리는 후룬(胡潤)의 부호 순위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부채를 기반으로 한 헝다의 성장 모델은 한계를 드러내며 오래 가지 못했다. 2020년 중국의 부동산 규제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헝다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 거품을 우려해 온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개발업체가 일정 수준의 부채비율을 넘지 않도록 하는 고강도 규제를 시행한 것이다. 그 결과 헝다는 은행 대출이 막히는 등 자금줄이 끊겨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디폴트의 후폭풍은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하면서 어음 결제 불능과 분양 지연, 자재 대금 체불이 간단없이 이어졌다. 같은 해 12월 2억 6000만 달러 규모의 디폴트로 당시 보유하던 달러채까지 전액 교차(동반)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당시 헝다의 총부채는 무려 2조 4000억 위안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1~2022년에 걸쳐 기록한 손실만 8000억 위안이 넘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내며 중국 기업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3월 헝다를 비롯해 부동산 관리업체 헝다우예(物業), 전기차 제조업체 헝다자동차 3개 상장사가 동시에 거래가 정지됐다.


ⓒ 자료: 중국 국가통계국

그해 8월28일 헝다는 17개월 만에 거래가 재개됐지만 주가는 하루 만에 80% 가까이 곤두박질치며 ‘페니주’(주당 1달러가 안 되는 주식)로 전락했다. 시가총액도 46억 2200만 홍콩달러로 급감하면서 상장 당시의 6.6%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2023년 9월에는 신규 채권 발행이 금지되는 등 채무 구조조정도 차질을 빚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년 넘게 추진하던 해외 부채 구조조정안은 끝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법원은 헝다에 법인 청산을 명령했다. 헝다는 이후로도 구조조정을 지속하며 채권자들과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회생에 실패했다. 지난해 1월 청산명령을 받았고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쉬자인 회장은 1958년 허난(河南)성 저우커우시(周口)에서 태어났다. 그가 두 살 때 어머니는 패혈증에 걸렸지만 병원에 갈 돈이 없어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고교 졸업 후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그는 문화혁명의 광풍이 막을 내리고 대학시험이 부활되자 그는 공부에 매진해 1978년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강철학원(현재 우한과기대) 야금학과에 입학했다.


국가가 매달 제공하는 보조금에 의지해 기대 간난신고 끝에 대학을 졸업한 뒤 고향인 허난성 우양(舞陽)강철공사로 배치받아 단기간에 주임으로 승진했다. 그 뒤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중다(中達)그룹으로 옮겨 말단 사원에서 시작해 중역으로 발탁됐다.


처음 맡은 대형 프로젝트 ‘주다오(珠島)화원’이라는 주택단지 건설과 영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2억 위안 이상의 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그의 월급은 3000위안에 불과했다. 회장을 만나 10만 위안의 연봉을 달라는 담판을 벌였지만 거절당하자 창업을 결심한다.


ⓒ 자료: 중국 국가통계국

1996년 직원 7명을 데리고 헝다부동산(恒大地産)이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회사를 차려 대성공을 거뒀다. 중다그룹 재직 시절 성공을 거뒀던 ‘주다오화원’이라는 대형 프로젝트의 경험 등이 축적돼 부동산업의 개발과 관리, 운영에 대한 노하우와 능력을 갖게 된 덕분이다.


그는 당시 부동산 기업들이 규모 중심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감안하여 오히려 ‘작은 면적, 낮은 가격’의 사업 전략을 구사했다. 자신의 계획을 은행에 잘 설득해 대출을 받아냈고, 광둥성 광저우(廣州) 외곽의 농약공장 부지를 저렴한 가격으로 매입해 ‘진비(金碧)화원’이라는 주택단지 건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탄탄대로만 달리던 쉬 회장은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헝다그룹이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나락을 떨어졌다. 2023년 9월 그가 범죄 혐의 등으로 강제 조치(구속)됐다고 헝다는 공시했다. 쉬 회장은 지난해 3월 재무 조작 등 혐의로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증시 진입을 평생 금지당했다.


헝다 사태는 중국 부동산 업계 전반에 침체의 수렁으로 밀어넣으며 내수부진을 촉발하는 커다란 충격파를 던졌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30%를 차지하며 한때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던 중국 부동산 산업은 5년 넘게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주택구매 제한 완화 등 갖은 부양책을 다 내놨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때문에 중국 부동산 개발 대기업들이 줄줄이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화난청(華南城·China South City Holdings)이 지난 11일 홍콩 법원으로부터 청산 명령을 받았다.


또 다른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园·Country Garden)도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2023년 말 1조 3000억 위안 규모의 빚을 진 채 디폴트를 선언했다. 지금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지만 법원의 ‘청산 명령’이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홍콩 법원은 당초 이달 11일 홍콩 법원에서 4번째 연기된 청산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내년 1월로 다시 연기한 상태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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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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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뭉이 동태 잘살펴라. 분명 연관있다. 사망!!!
    2025.08.1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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