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성장엔진’이라더니…북극항로, 추진 의지 ‘물음표’[국민보고대회]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5.08.14 14:50  수정 2025.08.14 18:11

13일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

‘대한민국 제2의 성장엔진’이라더니

123대 과제 중 한 줄 언급이 전부

부연 설명마저 없어 ‘진정성’에 의문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수도권 일극화를 해소하고 제2의 성장엔진을 달겠다던 북극항로 사업이 사실상 정부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123대 국정과제에 이름을 올리긴 했으나, 추가적인 설명이나 향후 계획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위원장 이한주, 이하 국정위)는 1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국정위는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함께 5대 국정목표, 23대 추진전략, 123대 국정과제를 함께 내놓았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나침반이자 국정운영의 설계도, 국민과 약속을 확인하는 기준점”이라며 “이재명 정부 5년의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극항로는 123대 국정과제 가운데 56째 이름을 올렸다. 북극항로는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 과제 23개 가운데 하나로 ‘북극항로 시대를 주도하는 K-해양강국 건설’로 표기돼 있다.


북극항로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의 대표적 명분이다. 지역 균형발전 차원을 넘어 저성장 늪에 빠진 대한민국을 건지기 위한 결정이란 게 최근까지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성장엔진’치고는 국정과제에서 북극항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했다. 89페이지 분량 PPT 자료에 ‘북극항로’ 단어는 딱 한 번 등장했다. 123대 국정과제 목록을 모두 정리한 쪽에 자치분권 기반 균형성장 주제 아래 이름을 올린 게 전부다.


분과별 상세 설명에도 북극항로는 없었다. 경제 부문에도, 국가 균형성장 전략, 12대 중점과제에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북극항로 개척을 위해 해수부가 떠나는 세종시에 국회 세종의사당, 대통령 세종집무실 조기 추진 내용이 눈에 띄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구온난화로 북극항로의 항해 가능 기간이 늘고, 물동량도 증가 중”이라며 “동남권 발전의 발판이 될 북극항로에 긴 안목으로 관심을 가지고 준비할 때”라고 강조했다.


3월에는 부산을 직접 찾아 “북극항로 문제로 부산을 찾은 것은 지방 소외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해 보기 위한 실천적 활동의 일환”이라며 “북극항로는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다. 해운의 특성이 선점 효과가 큰 영역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해도 사실 늦을 수 있다”고 했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나아가 북극항로 개척은 대한민국 ‘제2의 성장엔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 장관은 장관 후보자 시절부터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하는 핵심 부처이자 대한민국 성장엔진을 하나 더 장착하는 핵심 부처로서 해수부가 기능과 역할을 해야 한다”며 “단순히 지금 모습 그대로 해수부가 옮겨가기보다는 기능과 역할,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나아가 “산업부의 조선과 해양 플랜트 부문, 국토부의 항만 개발 배후 인프라, 행안부 유인도 정책 등 이것들은 한 몸으로 가져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과 주무 부처 장관은 ‘북극항로’ 중요성과 시급성을 연일 강조했으나, 정작 국정과제 발표에서는 존재감을 뽐내지 못했다. 향후 국정과제 실행 과정에서 구체적 내용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만, 북극항로 개척이 정말 대한민국 제2의 성장엔진이라면 이날 국민을 향한 보고에서 최소한의 언급은 필요했다는 게 해양수산 분야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해수부 고위 공직자 출신 한 인사는 “국정과제를 발표한다는 건 앞으로 국가 성장을 어디에 집중해서 이끌겠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인데, 그동안 요란했던 것과 달리 북극항로 내용 언급이 없어 솔직히 좀 의아할 정도”라며 “앞으로 조직개편을 통해 해수부 기능을 어떻게 조정할지를 보면 대충 그림이 나오겠지만, 대통령이 북극항로 개척에 진짜 진심일까 하는 의구심이 조금 생기게 한 발표”라고 꼬집었다.


이에 해수부 관계자는 “어제 국민보고대회는 새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요약해서 발표하는 자리였다”며 “행사 시간의 한계 등으로 북극항로 관련 정책이 충분히 소개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북극항로 개척과 해양수도권 조성 추진 의지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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