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포항서 美루이지애나까지...본격 ‘재편 드라이브’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08.08 13:57  수정 2025.08.08 13:57

국내 설비 조정·해외 투자 병행…체질 개선 가속

인력 재배치로 효율화…루이지애나 공장 북미 거점

車 강판 신규 고객 확보 필수…GM 공급처 유력

현대제철이 포항에서는 구조조정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는 제철소 건설을 진행하면서 생산 거점을 재편하고 있다.ⓒ데일리안 AI 이미지 삽화

철강 불황과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 속에 현대제철이 국내 구조조정과 북미 투자를 병행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포항에서 설비를 줄이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한편, 미국에 대규모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해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이 포항에서는 구조조정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는 제철소 설립 작업을 진행하면서 생산 거점을 재편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전날(7일) 노조와 고용 보장을 조건으로 포항2공장 생산 중단과 포항1공장 중기사업부 매각에 최종 합의했다. 매각 대금은 전액 포항1공장 설비 투자에 투입한다. 포항2공장은 지난 6월 휴업에 들어간 뒤 이번 합의로 시황이 개선될 때까지 가동을 멈추게 됐다.


굴착기 등에 쓰이는 무한궤도 제품을 생산하는 중기사업부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 내수 침체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매각이 결정됐다. 회사는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설비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국내 구조조정과 동시에 해외 투자에도 힘을 싣고 있다. 미국이 철강 품목에 50% 고율 관세를 유지한 가운데 현대제철은 북미 시장 대응과 관세 부담 완화를 위해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총 58억 달러(약 8조5000억원)를 들여 연간 270만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춘 설비를 2029년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수요를 웃도는 수준으로, 관세 리스크를 줄이고 해외 수주를 확대하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포스코가 투자자로 참여할 예정이며 지분 구조와 추가 파트너 구성은 연내 확정된다.


최근 포항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부 인력은 루이지애나 프로젝트에 파견됐다. 두 공장 모두 전기로 기반 제강·압연 공정을 운영해 기술 이전이 용이하다는 점을 활용했다. 파견 인력은 초기 시운전과 품질 관리, 현지 인력 교육 등을 맡아 가동 안정화에 기여하게 된다. 인력 재배치보다 이유가 명확해 노사 갈등 완화 효과도 기대된다.


지난해 9월 메리 바라GM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협약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현대제철의 재편 전략에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의 협력도 포함된다. 현대차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2028년 출시를 목표로 중남미·북미 시장용 신차 5종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양사가 부품·소재 조달과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는 만큼 차량용 강판 분야에서 현대제철과의 시너지가 예상된다.


자동차 한 대에 약 1톤의 강판이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루이지애나 제철소에서 생산할 강판은 연간 270만대 분량으로, 현대차그룹 외 신규 고객 확보가 필수다. 차량용 강판을 자체 생산하지 않는 GM이 유력한 공급처로 꼽힌다. 한국GM은 내달부터 현대제철 강판을 사용할 예정이다.


양사는 원자재·부품 공동 조달과 북미·중남미 물류 협력, 탄소 저감 강판 공동 개발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와 물류 효율화는 현대제철의 해외 판로 확대와도 직결된다.


포항에서 시작된 구조조정이 루이지애나 현지 투자와 글로벌 완성차 동맹으로 이어지면서 현대제철의 재편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미국 전기로 제철소 프로젝트가 재무적으로도 큰 부담 없이 추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총 투자금 중 현대제철이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은 지분 30% 기준 약 8억700만 달러(약 1조2100억원)다. 2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 2조원과 차입금 9조6000억원, 부채비율 80% 수준을 감안하면 유상증자 없이도 집행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약 3년에 걸친 단계별 투자인 데다 최근 5년 평균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2조4000억원과 현대모비스 보유 지분 활용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자금 조달 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전기로 제철소는 현대제철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탄소저감 자동차 강판 생산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판매처가 확실하고 저탄소 원료 조달이 용이하다는 점, 에너비 비용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성도 높고 수익성도 확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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