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지난달 29일 관세 협상 지원차 워싱턴D.C.행
타결 후에도 현지서 미팅 등 일정 중으로 알려져
테슬라·애플 등 주요 경영진 만났을 가능성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미국 체류가 길어지고 있다. 반도체 품목별 관세 등 한미 간 통상 문제의 후속 조치가 남아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고 주요 글로벌 기업들과의 비즈니스 미팅을 소화하는 등 숨가쁜 일정을 진행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달 29일 한미 관세 협상 지원차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한 이후 열흘이 된 현재까지도 현지에 머물고 있다.
이 회장의 이번 미국 출장은 지난달 9~13일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선밸리 콘퍼런스' 참석 이후 불과 보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IT, 미디어, 금융 등 글로벌 기업인들이 참석해 기업 간 굵직한 협력과 인수·합병(M&A) 등을 논의하는 자리로 잘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당시 콘퍼런스 참석을 마친 뒤 지난달 14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면서 출장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여러 일정을 하느라 피곤하다"고 밝혔다. 하반기 실적 개선 관련 질문엔 "열심히 하겠다"라고 짧게 답했다.
보름 만에 미국을 방문한 이 회장은 미국 현지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정부의 대미 무역 협상을 측면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아 사법리스크를 털어낸 이후 첫 미국 출장을 나섰다는 점에서, 장기간 머물며 주요 파트너들과의 비즈니스 미팅과 투자 검토 등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테슬라 주요 경영진과 만남을 가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테슬라와 23조원 규모의 AI 칩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달 30일 SNS에 "삼성 회장 및 고위 경영진과 화상 통화를 했다"고 밝힌 바 있어, 두 사람이 직접 대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삼성전자가 애플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협력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날 전해지면서, 이 회장이 애플의 주요 경영진과 만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애플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삼성과 협력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용되는 혁신적인 새로운 칩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이 대미 관세 대응을 위해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차주 반도체 품목 관세율을 발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면서도 "만약 미국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한다면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370억 달러(약 54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하고, 내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이에 따라 100%로 예고된 반도체 관세를 면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이 회장이 현지에 머무르며 관세 이슈 영향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현지에서 거래처를 만나고 사업을 보고받고, 시장 상황을 점검하는 등 다각도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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