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충격 맞서 삼성, 미국 현지 생산·빅테크 수주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집중에 부담, 현지화 과제 남아있어
"자국 투자 유인하려는 강경 발언, 실제 100% 관세 어려워"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외산 반도체 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초강경 정책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자국 내 반도체 제조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초고율 관세 부과 의지를 보였으나, 미국 내 투자 및 공장 가동을 약속한 기업에는 면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한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대미 시설 투자 발표 행사에서 반도체에 약 100%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집적회로(chips)와 반도체(semiconductors)에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다만 미국 내 반도체 제조 공장이 건설될 경우 해당 관세는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는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중 두 번째로 중요한 품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 달러(약 14조7000억원)에 달했다. 반도체가 차지하는 대미 수출 비중은 7.5%로 이는 중국(32.8%)이나 홍콩(18.4%)보다는 적지만, 다른 국가를 거쳐 수출되는 경우도 많아 한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는 지난번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반도체와 의약품 품목 관세에 대해 최혜국 대우(MFN)를 약속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앞서 유럽연합과 반도체에 15% 품목관세만 부과하도록 합의했기 때문에 한국에도 15%가 적용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불확실성은 크다. 아울러 15% 관세 상한 역시도 반도체 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삼성, 애플 이미지센서 공급 진입으로 시장 지형도 변화
이번 트럼프의 관세 선언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역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신제품에 칩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칩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된다.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이미지센서를 공급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품질을 결정짓는 부품으로, 삼성전자는 자사 이미지 센서 브랜드 '아이소셀'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그간 일본 소니가 애플 이미지센서 물량을 상당수 점유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삼성전자에는 희소식이다.
최근 미국 테슬라와 약 23조원 규모의 자율주행 관련 첨단 반도체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미국 빅테크의 선봉장으로 여겨지는 애플 계약을 따내면서 그간 적자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파운드리 및 시스템LSI 사업부 실적 개선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아울러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러한 현지 생산 확대는 미국 정부의 관세 면제 조건에 부합해, 삼성의 글로벌 공급망 안정과 관세 리스크 완화에도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 회장이 지난 2019년 제시했던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에 본격적인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시 이 회장은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만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들 대형 고객사와의 협력을 토대로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장하고 첨단 공정을 적용하는 등, 미래 반도체 생태계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미국 현지화’ 전략과 빅테크 파트너십이 관세 장벽을 넘어 실질적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산 국내에 집중된 SK하이닉스는
한편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과 다른 도전을 받고 있다. 삼성보다 미국 내 생산시설 규모가 작고, 대부분 생산이 국내에 집중돼 있어 관세 면제 효과가 제한적이다. 미국 인디애나주에는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으나, 메모리 반도체 중심 생산구조가 단기간 내 완전 전환되기 어렵다.
최혜국 대우를 받더라도 15% 상한 관세는 SK하이닉스에 부담이며, 미국 내 고객사 단가 인하 압박과 경쟁 심화도 과제로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생산하지 않아도 미국 내 생산을 약속하면 무관세 적용이 가능하다"고 밝힌 만큼, 인디애나주 패키징 생산기지로 인해 추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고부가가치 메모리 개발과 현지 공장 투자로 반등을 모색 중이지만,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 다변화 전략과 비교하면 단기적 리스크는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실제로 반도체 관세 100% 부과가 어려워보이는 이유는, 그렇게 될 경우 자국 산업도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트럼프의 강경책은 반도체 투자를 유인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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