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농축산물 무역 적자·광우병 여론 반영
30개월령 제한 논란 속 농업계 “최악 막아”
사과·LMO 등 비관세장벽 우려 지속 제기돼
한미 간 관세 협상이 31일 타결되면서 농업계가 가장 우려였던 쌀과 쇠고기 시장 개방은 막았다.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의 농축산물 개방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었지만, 국내 농업 민감성과 국민 건강 문제, 대미 농축산물 무역 적자 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어했다고 설명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브리핑을 통해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쌀과 쇠고기를 포함한 농축산물 시장 개방 요구가 거셌던 것은 사실”이라며 “식량 안보와 농업의 정치적 민감성, 국민 건강 우려를 고려해 해당 품목을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측에서는 30개월 월령 제한을 유지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한국을 포함해 3곳밖에 없다고 지적했다”며 “정부 내에서도 고성이 오갈 정도로 치열한 논의 끝에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막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대미 농축산물 무역 적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 농산물 5대 수입국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은 농산물 분야에서만 80억 달러가 넘는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미국산 쇠고기와 옥수수 수입 증가가 적자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또 앞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우리 농업 분야의 99.7%가 이미 개방돼 있고 나머지 0.3%인 10개 내외 조항에 대해서만 유보된 만큼 한미 통상 협상에서 농업 시장 추가 개방 없이 협상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농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 개방이 이루어질 경우 국내 농가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농민의길 등은 30일 오후 7시 광화문 미 대사관 인근에서 밤샘 농성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들은 “미국이 관세와 함께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강요하고 있다”며 “주권을 짓밟으려는 미국에 맞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2008년 발생했던 광우병 사태 등 국민 반발 여론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지난 1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국민 건강과 식품 안전에 직결되는 사안으로, 단기간에 협상 카드로 활용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면서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여론을 감안할 때, 식품 안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개방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미 상호관세 최종 협상안에서 쌀,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이 제외되면서 농업계는 한숨 돌린 모양새다.
다만 미국 측에서 요청한 내용 중 사과 검역완화, LMO 등 내용이 포함돼 있었던 만큼, 정부가 농축산물 관련 비관세장벽에 지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지속 우려가 제기됐던 쌀과 쇠고기에 대해선 일단락 됐지만, 사과와 LMO 감자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사과는 우리나라에 수입이 되면 과채 시장부터 가공식품 등까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향후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이 같은 비관세장벽에 대한 입장을 우리 정부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농축산물이 무역협상카드로 사용되선 안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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